"AI 시대, 책 읽는 방식이 달라졌다"…독서 질서의 재편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20일, 오전 09:01

독일 미디어 연구자 크리스토프 엥게만이 AI와 동영상 플랫폼이 바꿔 놓은 독서 환경을 분석한 '읽기의 위기'를 펴냈다. 저자는 사람이 글을 버렸다기보다 읽고 쓰는 질서 자체가 음성·플랫폼 중심으로 다시 짜이고 있다고 보며, 직접 텍스트를 다루는 일이 앞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묻는다.

독일 미디어 연구자 크리스토프 엥게만이 AI와 동영상 플랫폼이 바꿔 놓은 독서 환경을 분석했다. 저자는 사람이 글을 버렸다기보다 읽고 쓰는 질서 자체가 음성·플랫폼 중심으로 다시 짜이고 있다고 보며, 직접 텍스트를 다루는 일이 앞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묻는다.

엥게만은 이 책을 종이책 애도문으로 쓰지 않는다. 관심은 종이의 쇠퇴보다 독서의 주도권이 어디로 이동했는지에 있다. 독일 사회를 주로 다루지만, 독서 유행과 출판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한국 현실을 들여다보는 데도 참고할 만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저자가 주목하는 장면은 구술 콘텐츠의 팽창이다. 유튜브 영상과 팟캐스트는 말이 지나가는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플랫폼 안으로 들어온 음성은 검색 가능한 자료로 변환돼 쌓이고, 광고와 추천, 분류 체계 속으로 다시 편입된다.

이 변화가 뜻하는 바는 분명하다. 사람들은 듣고 말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지만, 디지털 환경 전체는 여전히 텍스트 위에서 돌아간다. 메신저와 댓글, 게시물, 이메일이 쉼 없이 생산되며, 읽기와 쓰기의 총량 자체는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저자가 내세우는 핵심 개념이 '플랫폼 구술성'이다. 예전에는 문자만 갖고 있던 검색성과 반복 접근성이 이제 말에도 일부 붙었다는 뜻이다. 음성은 더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기계가 읽고 가공하는 자료가 된다.

중반부에서 엥게만은 '가상 대학'이라는 표현으로 오늘의 지식 유통을 설명한다. 누군가가 먼저 책과 논문을 읽고, 다른 누군가는 영상이나 오디오 해설을 통해 그 내용을 받아들이는 구조다. 문자 해독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간을 들인 독서를 남에게 넘긴다는 점에서 새로운 청중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이 흐름은 화자의 권위도 바꿔 놓는다. 카메라 앞에서 얼마나 신뢰할 만한 인물로 보이는지, 어떤 이야기와 태도로 자신을 연출하는지가 지식 전달과 얽힌다. 전문성은 내용만이 아니라 퍼포먼스와 진정성의 형식 속에서 함께 구축된다는 진단이다.

엥게만은 이를 '새로운 라틴어'에 비유한다. 문자 접근은 넓어졌지만 정작 깊고 정밀하게 읽는 층은 오히려 좁아진다는 뜻이다. 직접 텍스트를 다루는 일이 소수 전문가의 기술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현상도 이 비유 안에서 설명된다.

저자는 브레멘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미디어문화학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자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디지털 문화 문제를 오래 다뤄 왔다.

△ '읽기의 위기'/ 크리스토프 엥게만 지음/ 김인건 옮김/ 216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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