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감각으로 되살아난 기억하고 싶은 어린 시절의 동화"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20일, 오전 09:28

토모코 나가이 '빛의 종이접기와 양배추색 커튼'전 포스터(페로탕 서울 제공)

귀여운 곰인형과 드레스를 입은 소녀, 깡총거리는 분홍색 토끼가 가득한 그림을 보면 대개 유치한 아동화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페로탕의 서울에서 열리는 일본 화가 토모코 나가이의 개인전은 이러한 편견을 멋지게 깨부순다. 작가는 익숙한 장난감과 꿈속의 한 장면 같은 사적인 추억들을 캔버스 위에 자유롭게 펼쳐놓는다.

6월 2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서울 전시는 화가의 독특한 상상력과 탄탄한 기본기를 동시에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나가이는 유명 작가 나라 요시토모를 배출한 일본의 명문 미술대학 아이치예술대학에서 혹독한 정통 소묘와 데생 훈련을 마친 실력파다.

작가의 작업은 밑그림 없이 직관적이고 밀도 높은 집중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큰 모티브로 골조를 만든 후 작은 요소들을 올리는 방식으로 구축된다.

토모코 나가이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일상적 대상을 바탕으로 작품을 제작한다"며 "다섯 살 무렵 집안 책장에 놓여 있던 장난감과 온갖 물건들의 단편적인 기억이 화면의 근간을 이룬다"고 밝혔다.

토모코 나가이 '빛의 종이접기와 양배추색 커튼'전 전지 전경 (페로탕 서울 제공)

작가는 현실적 원근법과 크기를 무시한 채, 평평한 면과 애니메이션적 요소, 현실적 묘사를 한데 섞어 이질적이면서도 조화로운 밸런스를 추구한다. 화면에 물건을 가득 채우는 복잡한 구성은 밀도 있게 모범생처럼 집중해 온 작가의 특이점이자 강점이다. 낙서처럼 보이지만 철저히 계산된 건축적 구조를 띠며, 최근에는 영감의 빛을 표현한 색채 조각들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또한 그림책, 애니메이션, 바느질 등 다양한 문화적 요소에서 받은 영향도 작품 세계에 반영된다.

특히 물감과 색연필뿐만 아니라 반짝이는 글리터까지 다채롭게 사용한 화면은 사진이나 스마트폰 화면으로는 그 깊이감을 도저히 담아낼 수 없다. 일본 어린이들의 우상인 인형 ‘리카쨩’이나 미니어처 장난감에서 영감을 받은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관람객을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인도한다.

자극적이고 심오한 현대 미술 홍수 속에서 나가이의 작품은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마법 같다. 일본 공영방송 NHK의 어린이 프로그램 디자인을 맡을 만큼 대중성까지 검증받은 그의 예술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과거를 추억하는 복고풍에 머물지 않고 세련된 감각으로 중무장한 이번 전시는 바쁜 일상에 지친 한국의 관람객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신선한 시각적 충격을 안긴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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