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제 셰프
지난달 벚꽃이 거리를 분홍색으로 화려하게 물들였다. 전국 공원마다 예쁘게 가꿔진 나무와 꽃들에 사람들이 몰렸다. 도시는 축제가 한창인데, 자연 그대로인 야생의 꽃나무는 잊힌 듯하다. 아까시나무는 울창한 동네 숲이나 깊은 산속에서나 만날 수 있다. 하얀빛에 향기가 진해서 예전엔 집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었는데 말이다.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라는 동요 가사처럼 예전 동심 속엔 하얗고 향기로운 꽃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아카시아'는 '아까시나무'의 잘못된 표기라고 한다. 익숙하던 아까시나무는 점점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버렸을까. 어릴 적 동네 뒷동산에 비닐봉지 하나 들고 가서 꽃을 따오던 때가 아련하다.
아까시나무에 핀 꽃. (출처: Robert Flogaus-Faust, CC BY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 via Wikimedia Commons)
노랫말의 '아카시아'는 '아까시나무'가 바른 표기
소풍 때는 아카시아 향이 나는 껌이나 과자도 인기가 있었다. 어릴 때 맡았던 향기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미국에서 듣던 와인 수업에서 와인을 맛보고 자신이 느끼는 향을 단어로 표현하게 했는데 어떤 와인들은 아카시아 향이 떠올랐다. 다만 다른 외국 친구들은 아카시아 향을 모르니 혼자 속으로 떠올리고 지웠다.
어떤 향기는 고향을 떠올리게 만든다. 외국에 사는 분들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가운데에는 은근히 아까시나무와 꽃향기를 그리워하는 글을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아까시나무를 볼 수 있는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외국 나가면 한 번쯤 생각나던 아카시아꽃향
흔하던 아까시나무도 점점 도시화하면서 사라지는 것 같다. 내 주변에선 아까시나무를 찾을 수 없어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았다. 나무가 많이 있는 곳은 서울에 두세 군데 있었다. 이번에 방문해 보니 아쉽게도 꽃이 거의 다 떨어졌다. 5월 초부터 피고 2주 정도가 가장 향기가 좋은 때라고 한다.
내가 본 것은 눈처럼 소복하게 쌓인 아카시아 꽃잎이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나무 꼭대기에서 눈이 날리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이 많은 꽃은 얼마나 많은 꿀로 변했을까. 아마도 2주간 양봉 농가도 꿀벌도 부지런히 꿀 채취를 했을 것 같다.
벌통이 놓여진 인근의 아카시아 꽃에서 꿀을 모아 집으로 운반하는 꿀벌들의 모습. (뉴스DB) ⓒ 뉴스1
5월 초에 2주 정도 아카시아꽃 피어
제주에서 일할 때는 제주산 유채꿀이 제일 순위 선택이었다. 메뉴에 적으면 관광객들도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제주에 온 분들은 노란 유채밭에서 사진을 찍으니, 유채에서 채집한 꿀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아카시아꽃도 벚꽃축제 정도는 아니더라도 점점 많이 알리면 좋겠다. 꽃향기를 맡아보면 이 꽃에서 나온 꿀도 자연히 먹고 싶게 될 것 같다. 우리나라 꿀의 70%가 나는 꽃이지만 관심도가 너무 약한 것 같다.
이제는 아카시아꿀도 수입되는 양이 많아졌다. 검색만 해봐도 베트남산 아카시아꿀이 많이 소비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국산 꿀을 알리려면 꽃을 함께 알려야 한다. 내가 느낀 꽃향기에 지갑이 열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수입 꿀과 맞서려면 아카시아꽃 축제라도 열어야
아카시아꿀은 은은한 향이 매력이다. 특히 올리브오일, 레몬으로 맛을 낸 드레싱은 어떤 야채와도 깔끔하게 잘 어울린다. 요즘은 저속노화에 도움이 된다면서 이 3가지 재료를 그대로 아침에 먹는 분도 있다고 한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다른 포도당보다 혈당지수가 낮은 꿀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요즘 한창 저렴한 토마토에 꿀을 재워 먹어도 더위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30도 넘는 더위가 시작되기 전 작은 아카시아꿀 한 병으로 여름나기 준비하는 걸 권해드린다.
opini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