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지리학'은 실리콘밸리의 독점이 흔들리는 시대에 혁신이 어디서, 어떤 조건으로 태어나는지 추적한다. 저자 메흐란 굴은 3대륙 8개국을 취재하며 기술 패권의 무게중심이 다극화되는 흐름을 읽는다.
'혁신의 지리학'은 실리콘밸리의 독점이 흔들리는 시대에 혁신이 어디서, 어떤 조건으로 태어나는지 추적한다. 저자 메흐란 굴은 3대륙 8개국을 취재하며 기술 패권의 무게중심이 다극화되는 흐름을 읽는다.
AI 논문, 반도체 설계, 모바일 IP, 배터리, 게임, 음악 스트리밍은 더 이상 한 지역의 성공담이 아니다. 책은 실리콘밸리가 여전히 강력하지만 다음 유니콘의 씨앗은 이미 여러 도시와 국가에서 자라고 있다고 본다.
'혁신의 지리학'은 "실리콘밸리는 저물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세계경제포럼과 유엔에서 국가 경쟁력과 혁신 구조를 연구해온 저자는 제프리 힌턴, 리 카이푸, 존 헤네시 등 200여 명을 인터뷰했다.
저자가 내린 결론은 양면적이다. 실리콘밸리는 사라지지 않았고, 차세대 인공지능 기업의 중심지로 여전히 확장 중이다. 동시에 중국, 한국, 영국, 싱가포르, 스위스, 독일, 캐나다 등에서 새로운 기술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책은 혁신을 천재 개인의 결과로만 보지 않는다. 제도, 문화, 자본, 인재 이동, 기업 생태계가 특정 장소에서 결합할 때 기술 기업이 탄생한다는 점을 각국 사례로 설명한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한국을 '압도적 차이'Hyper Gap를 추구하는 기술 선도국으로 규정한다. 이 개념은 경쟁사가 모방하거나 투자해도 따라잡기 어려운 공정 지식, 엔지니어링 생태계, 실행력의 격차를 뜻한다.
한국 장에서는 1세대 제조 대기업, 2세대 인터넷 플랫폼을 거쳐 3세대 하이브리드 기업으로 이어지는 기술산업의 변화를 다룬다. 쿠팡, 센드버드, 몰로코, 트웰브랩스 같은 기업들이 글로벌 기술 생태계에서 어떤 위치를 만드는지도 살핀다.
중국 장은 텐센트와 바이두를 통해 모방 이후의 창조 단계를 다룬다. 영국 장은 ARM과 딥마인드를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기술 기반을 설계하는 전략을 짚는다.
저자는 미국과 중국만으로 세계 기술 질서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영국의 ARM, 대만의 TSMC, 네덜란드의 ASML, 스웨덴의 스포티파이, 아시아의 배터리 기업들이 이미 세계인의 생활을 움직이는 기술 기반을 만든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작은 규모를 개방성으로 보완한 사례로, 스위스는 신뢰를 설계 원리로 삼은 국가로 제시된다. 독일은 미텔슈탄트의 촘촘한 네트워크, 캐나다는 이민자 연구자와 개방성이 만든 AI 생태계를 통해 설명된다.
저자 메흐란 굴은 세계경제포럼 디지털 산업 혁신팀과 유엔산업개발기구에서 활동했다. 이 책의 출발점이 된 에세이는 '파이낸셜 타임스'와 맥킨지가 공동 수여하는 브래컨 바워 상을 받았다.
△ 혁신의 지리학/ 메흐란 굴 지음/ 홍석윤 옮김/ 4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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