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국도가 숨겨둔 벼랑 위 요새 ‘롯데리조트속초’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5월 22일, 오전 06:00

강원도 속초의 외옹치 언덕 위에 자리잡은 롯데리조트 속초(사진=호텔롯데)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강원 동해안의 여행 방식이 예전과 조금 달라졌다. 설악산과 대포항을 둘러보고 횟집 골목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던 속초 여행 대신, 바다 앞 카페에 오래 앉아 있거나 숙소에 머물며 천천히 쉬어가는 여행객들이 눈에 띈다. 외옹치와 영랑호 주변에는 오션뷰 숙소와 북카페들이 하나둘 늘었다. 양양도 마찬가지다. 여름철 서핑객들로 붐비던 해변 주변에는 늦은 밤까지 불이 켜진 펍과 로스터리 카페, 장기 투숙객을 겨냥한 숙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롯데리조트 속초의 인피니티풀(사진=호텔롯데)
요즘 동해안에서는 속초와 양양을 함께 묶어 움직이는 여행객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침에는 속초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느리게 하루를 열고, 오후에는 양양 해변으로 내려가 서핑과 카페 문화를 즐기는 식이다. 예전처럼 한 도시만 찍고 돌아가는 여행보다 하루의 속도를 여러 번 바꾸는 여행에 가깝다. 7번 국도는 그 두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그 경계쯤인 속초 외옹치 언덕 위 롯데리조트 속초에 서면 이런 변화가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인다. 북쪽으로는 대포항과 설악산이 가깝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물치해변과 설악해변, 양양 죽도해변이 이어진다. 오전에는 외옹치 주변을 걷고 오후에는 양양 해변으로 이동하는 일정도 무리가 없다. 차창 밖으로 바다는 한동안 끊어졌다 이어지고, 항구의 냄새는 어느새 서핑 숍과 카페 간판으로 바뀐다.

외옹치 해안은 오랫동안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던 곳이다. 그 시간 덕분인지 해안 곳곳에는 사람 손이 덜 탄 풍경이 남아 있다. 해안 데크 산책로인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일부 구간 통행이 제한될 수 있어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다만 리조트와 연결된 해송 숲길에서는 외옹치 특유의 바다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숲길 안으로 들어서면 짙은 송진 냄새 사이로 바다가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길 끝 전망 지점에 서면 검은 바위 아래로 파도가 부서진다. 외옹치 언덕 위 리조트에서도 이런 풍경을 어렵지 않게 마주한다. 객실과 로비 대부분이 바다를 향해 열려 있다.

강원도 속초의 외옹치 언덕 위에 자리잡은 롯데리조트 속초. 해변가로 보이는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안전문제로 현재 통제중이다. (사진=호텔롯데)
해 질 무렵이면 풀장 주변 난간에 기대 한동안 바다를 바라보는 투숙객들도 눈에 띈다. 책을 읽는 사람도 있고 노트북을 펼쳐 놓은 채 작업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다. 하루 종일 바깥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여행. 이곳의 풍경은 그런 느슨한 시간을 허락한다.

하호일 롯데리조트 속초 총지배인은 최근에는 속초에만 머무르기보다 양양까지 함께 둘러보는 체류형 여행객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조용한 휴식과 활동적인 여행을 함께 즐기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리조트 내부의 ‘문우당 라운지’도 그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속초 지역 서점인 문우당서림이 고른 책들이 놓여 있는 공간이다. 창가 자리에 앉으면 바다와 책장이 한 시야 안에 들어온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에도 창밖에서는 파도가 계속 밀려온다. 해가 지자 외옹치 언덕 아래로 불빛이 하나둘 켜진다. 속초에서 끝날 줄 알았던 하루는 다시 양양 쪽 바다로 천천히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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