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찬이 있어 왕후의 밥은 더 따습다…‘2026 신격호 롯데 예술가 자립지원 사업’ 오페라 갈라콘서트

생활/문화

OSEN,

2026년 5월 22일, 오전 07:00

신격호 롯데 예술가자립지원 장학생들이 펼친 오페라 갈라 콘서트의 주인공들.

[OSEN=강희수 기자] 롯데그룹에는 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설립된 공익재단으로 ‘롯데장학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 ‘롯데복지재단’이 있다. 롯데장학재단과 롯데삼동복지재단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외손녀인 장혜선 이사장이, 롯데복지재단은 조한봉 이사장이 이끌고 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1983년 12월에 출범한 롯데장학재단이다.

불혹을 훌쩍 넘긴 롯데장학재단이 펼치는 장학사업이 몇 가지나 될까?

2026년 기준으로 15개다. ‘신격호 롯데 희망장학금’ ‘신격호 롯데 글로벌 장학금’ ‘신격호 롯데 나라사랑 장학금’ 등 끝이 보이지 않게 이어지는 이름이 무려 15개다.

그 중 장혜선 이사장이 비교적 최근에 마음을 쓰고 있는 장학금이 있다. ‘신격호 롯데 예술가 자립지원 사업’이다. 2024년에 설립돼 3년째를 맞고 있으니 비교적 신생 장학사업이다.

환영사를 하고 있는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장 이사장이 왜 이 분야에 마음이 꽂혔을까?

장 이사장은 “우리나라에는 재능이 많은 예술가들이 참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예술 토양이 그들을 받아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지 못하다 보니 재능 있는 그들이 자꾸 해외에서 기회를 찾으려 하고 있다. 또는 꿈이 채 영글기도 전에 현실적 장벽 앞에 포기하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세태가 안타까워 재능 있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한 이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취지에서 2024년 ‘신격호 롯데 예술가 자립지원 사업’이 출발 했다.

그런데, 클래식 분야 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 장학사업은 그 구상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 내용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신격호 롯데 예술가 자립지원 사업’은 크게 3개의 트랙으로 구성된다. ‘예술 영재지원’과 ‘예술가 디딤지원’ ‘예술가 자립지원’이 그것이다.

‘예술 영재지원’은 예술 관련 전공 대학교 재학생이 대상이다. 이 트랙만 보면 흔히 있는 장학사업처럼 보인다.

그러나 ‘예술가 디딤지원’과 ‘예술가 자립지원’은 그렇지 않다. ‘디딤지원’은 대학 졸업 4년 이내 전공자가 대상이고 ‘자립지원’은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기성 예술가가 대상이다. 

대학 기졸업자와 기성 예술가가 포함됐다는 사실은 이 장학사업이 얼마나 세심하게 그들의 현실을 살폈는 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예술가로 홀로 서는 일이 얼마나 멀고도 험한 길인 지, 그 길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의 벽은 또 얼마나 가까이 있는 지 잘 알고 있기에 가능한 구성이다. 

실제 올해 ‘자립지원’을 받은 장학생이 공연 무대에 섰고, 왜 그런 지원이 절실했는 지 생생히 들을 수 있는 무대가 있었다.

2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어느 조촐한 문화공간에서 의미 있는 공연이 열렸다. ‘2026 신격호 롯데 예술가 자립지원 사업’ 오페라 갈라콘서트다.

오페라 갈라콘서트를 열고 있는 바리톤 김준환 장학생.

‘예술가 자립지원 사업’의 혜택을 받은 장학생 12명이 마련한 갈라콘서트였다. 롯데장학재단은 이들에게 총 6000만 원의 장학금을 트랙별로 차등 지원했다. 영재지원 대상자에게 각 400만 원을, 디딤지원 대상자에게 각 500만 원을, 자립지원 대상자에게 각 600만 원을 지원했다.

오페라 갈라콘서트 형식의 공연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큰 울림이 있었다. 장학생 하나하나는 재능으로 보면 이미 완성형이었지만, ‘무대 갈증’이 간절한 이들이었다.

감사 편지를 낭독하고 있는 소프라노 김혜명 장학생.

장학생을 대표해서 감사 편지를 낭독한 소프라노 김혜명 장학생은 “대학 졸업이 다가오면 우리 같은 클래식 전공자들은 말 못할 고민으로 밤잠을 설치곤 한다. 저 역시 안정적인 음악 선생님이 되어야 할 지 아니면 합창단에 들어가야 할 지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성악가가 되기를 간절히 꿈꾸면서도 현실적인 문제 앞에 혹시 꿈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도 했다. 그렇게 방황하던 저희에게 오직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기적 같은 기회를 선물해 준 이번 지원사업은 더 특별하고 감사하게 다가온다”라고 했다.

자립지원 장학생으로 선발된 박진경 피아니스트의 사연은 더 절절했다. 박진경 피아니스트는 경력단절을 겪고 있다가 이번 지원사업으로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그에게 ‘예술가 자립지원’은 어떤 의미일까?

오페라 갈라콘서트를 열고 있는 피아니스트 박진경 장학생.

박진경 피아니스트는 “나이가 들어서 받는 지원은 시간을 사 주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맡아야 할 역할이 많아지게 되는데 이런 지원을 받게 되면 오롯이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된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던 일상에서 벗어나 빛바랜 꿈을 다시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장혜선 이사장의 당부말이 ‘신격호 롯데 예술가 자립지원 사업’과 그 사업의 작은 결실인 ‘오페라 갈라콘서트’의 의미를 잘 설명한다. 장 이사장은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우리나라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꽃을 피워야 예술을 통해 우리 사회를 빛낼 수 있다. 장학생들이 사회를 빛낸다는 책임감을 갖고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쳐주길 바란다”고 했다.

시인 김소운은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에서 구색을 갖추지 못한 밥상을 두고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 읊조렸다. 부실한 ‘찬’이 있어 왕후의 밥은 더욱 따스웠을 게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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