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르칸트에 있는 아프로시압 박물관의궁전 벽화(상단)에서 두 고구려 사신의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에조우관(새 깃털 장식이 달린 모자)을 쓰고 환두대도(자루 끝에 고리가 달린 칼)를 찬 두 명이 고구려 사신이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중앙아시아의 거점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의 역사박물관인 아프로시압 박물관에는 1300여 년 전의 역사적 순간이 박제돼 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고구려의 흔적을 담은 벽화다.
23일 중앙아시아 고려인 정주 89주년 기념 문화 축제 주관을 위해 우즈베키스탄을 찾은 통일문화연구원(이사장 라종억) 일행은 수도 타슈켄트에서 남서쪽으로 약 270km 떨어진 고대 도시 사마르칸트를 방문했다.
사마르칸트는 과거 중국, 인도, 페르시아, 유럽(로마·비잔티움)을 연결하는 약 6400km의 실크로드 정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단순한 중간 경유지가 아니라, 동양과 서양이 만나 교류하고 융합하던 가장 거대하고 번영한 허브(Hub)였다.
7세기 중반, 이 사마르칸트를 지배하던 소그드(Sogd) 제국의 궁전 유적 '아프로시압 박물관'에는 1965년에 발견된 벽화가 있다. 이 벽화는 사마르칸트가 실크로드의 중심지이자 국제무대의 주요 거점이었음을 증명한다.
벽화에는 조우관(새 깃털 장식이 달린 모자)을 쓰고 환두대도(자루 끝에 고리가 달린 칼)를 찬 두 명의 고구려 사신이 자리 잡고 았어 눈길을 끈다. 티베트 사절, 비단을 진상하는 당나라 사절 등과 함께 늘어선 이들은 소그드인들과 동맹을 맺기 위해 찾아온 이들이다.
23일 중앙아시아 고려인 정주 89주년 기념 문화 축제 주관을 위해 우즈베키스탄을 찾은 통일문화연구원(이사장 라종억) 일행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삼국사기 등 기록에 따르면, 7세기 중반은 고구려는 당나라의 침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아시아의 돌궐 및 소그드 국가들과 외교적 동맹을 시도했다. 벽화 속 고구려 사절단의 당당한 풍모는 당시의 국제적인 호혜 관계와 치열했던 외교 노력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일행은 동북아역사재단이 '아프로시압 박물관'에 제공한 영상물을 통해 고구려가 한반도와 만주를 넘어 이곳 실크로드의 중심지까지 외교적 지평을 넓혔다는 사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어서 벽화를 직접 보고 이를 확인하며 고무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채승수 A+ 에셋 상무는 "1400여 년 전 고구려인들이 서역과 교통했다는 것이 놀랍고 그 모습이 남 있는 벽화를 보니 신기하다"며 "척박한 사막과 험준한 산맥을 넘었던 고구려인들의 거침없는 기상과 세련된 국제 감각이 새삼 위대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마르칸트에서 확인한 고구려의 흔적은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다가올 통일 한국이 지향해야 할 유라시아 평화 공동체의 미래이자, 우리가 되찾아야 할 당당한 역사의 이정표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