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비밀번호를 자꾸 잊는다/ 겨우 떠올려 적어 두고는/ 그 종이를 또 잃는다// 요즘은/ 내가 제일/ 비밀스럽다(하성규 ‘비밀번호’)
전국 각지와 해외에서 모인 어르신들의 삶의 언어를 담은 시집 ‘가까이 있어서 고맙다’(문학세계사)가 출간됐다.
책은 제3회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은 시 공모전에 접수된 1만1000여 편의 작품 가운데 김종해·나태주·이상호 시인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87편의 시를 엮은 작품집이다. 만 65세부터 최고령 103세까지, 전국은 물론 미국·일본·동남아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곳곳에서 살아온 어르신들의 작품이 담겼다. 수록 작가 87명의 평균 나이는 73.47세다.
표제작이자 최우수상 수상작인 ‘가까이 있어서 고맙다’는 이 책의 정서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라지는 별과 잎, 사람들 사이에서 손등에 앉은 나비 한 마리를 바라보며 살아 있음과 가까이 있음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나태주 시인은 해설을 통해 “‘고맙다’라는 말이 얼마나 큰 시가 되는지 새삼 깨달았다”고 전했다.
책은 단순한 공모전 수상작 모음집을 넘어 어르신들이 직접 써 내려간 삶의 기록이자, 한평생을 지나온 이들이 도달한 마음의 언어를 모은 시집으로 읽힌다. 웃다가 울고, 울다가 다시 웃게 되는 시편들을 통해 부모 세대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게 하고, 시가 본래 우리 삶 가까이에 있었음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이번 공모전 심사는 본심에 오른 작품의 투고자 이름과 지역을 모두 가린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만 심사위원회는 인쇄 최종 공정을 앞두고 대상 예정작이 공모전 원칙인 ‘본인 직접 창작’에 어긋나는 대필 작품으로 확인됨에 따라 최종적으로 대상을 공석 처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