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민주주의 성패 가르는 '사회적 자본'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5월 27일, 오전 05:36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사회적 자본’은 민주주의의 성패를 시민 간 신뢰와 공동체 문화에서 찾은 정치학자 로버트 D. 퍼트넘의 대표작이다. 제도의 설계보다 시민사회 내부의 관계망과 신뢰가 민주주의의 질을 좌우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공동체 붕괴와 사회적 불신이 심화하고 있는 지금 다시 주목받고 있는 정치학 고전이다.

책은 민주주의가 어떤 지역에서는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다른 곳에서는 실패하는지를 분석한다. 저자는 1970년대 이탈리아 지방정부 개혁을 하나의 사례로 삼아 동일한 제도 아래에서 지역별로 성과 차이가 크게 나타난 이유를 추적했다.

그 이유는 단순한 경제 수준이나 제도 설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에 저자는 ‘사회적 자본’이란 개념을 제시한다. 사회적 자본은 시민 사이의 신뢰와 협력, 규범, 공동체 네트워크 등을 의미한다. 물질적 자산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회 운영의 효율성과 민주주의의 수준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지역일수록 행정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정책 집행도 안정적으로 이뤄진다”며 “반대로 불신과 분열이 심한 지역에서는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시민 참여 전통이 강한 이탈리아 북부와 정치 불신이 강한 이탈리아 남부의 차이를 주목한다. 이들의 대비를 통해 민주주의의 성패가 단순히 법과 제도 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내부의 문화적 토대와 시민 의식에 좌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최근 민주주의 위기와 공공기관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 문제 해결은 제도 개혁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시민 간 신뢰와 협력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정교한 제도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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