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수도 부산'의 기억, 2030년 세계유산 등재 목표 '적극 행보'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27일, 오전 08:15

26일 부산광역시 안영신 문화유산과장이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앞두고 언론을 상대로 ‘피란수도 부산유산’ 브리핑을 실시하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지탱했던 부산의 경험과 기억을 세계유산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부산광역시는 시내 11곳의6·25 관련 유적을 2030년 세계유산에 '연속유산'(Serial Property)으로 등재하기 위해 2015년부터 준비 중이다. 이는 우리나라 문화유산이 조선 이전 고대 유산에 머물렀던 흐름을 깨는 행보로 주목받는다.

26일 국가유산청은 부산광역시와 함께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앞두고 언론을 상대로 ‘피란수도 부산유산’ 브리핑을 실시했다. 이어서 세계유산 등재 추진 11곳에 포함된 '미국대사관 겸 공보원'(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과 '유엔공원'(재한유엔기념공원)에 대한 답사를 진행했다.

먼저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에서 진행된 '피란수도 부산유산' 브리핑에서 안영신 부산광역시 문화유산과장은 "최근 세계유산 등재 트렌드가 고대 궁전이나 성당에서 냉전, 전쟁·난민, 도시와 시스템 등 현대 유산과 소외 지역 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6·25 전쟁 당시 1023일간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던 피란수도 부산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가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부산은 2030년 세계유산 정식 등재를 목표로 예비평가(PA) 등 절차를 차질 없이 밟고 있다"며 "오는 7월 국내 최초로 개최되는 세계유산위원회를 계기로 부산의 경험과 가치를 세계와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유산 추진 11곳 에 포함된 '미국대사관 겸 공보원'(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 뉴스1 김정한 기자

강동진 경성대 교수도 "부산은 유엔의 이름으로 싸운 전무후무한 국제 연대의 현장이자, 적군의 유해까지 포용한 유엔묘지를 품은 기억의 도시다"며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정부와 외교 등 국가 기능을 유지했고, 피란학교·시장·피란촌을 통해 시민의 삶을 지탱한 독보적인 도시 시스템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살아있는 근현대 유산이라는 차별성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부산은 국가유산청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로 개최될 세계유산위원회와 연계해 전쟁과 기후위기 등 복합적 위기에 대응하는 '부산선언문'을 이끌어내며 국제사회 연대를 역설할 방침이다. 또한 유산별 보존 가이드라인 수립, 피란수도역사관 건립, 통합관리체계 구축 등 실질적 보존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동시에 시민기억수집과 시민해설사 프로젝트 등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전담 추진단 설립과 행정협의회 운영을 통해 거버넌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어진 답사는 유엔공원으로 향했다.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 묘지인 이곳은 1955년 한국 정부가 유엔에 영구 무상으로 기증한 장소다. 공원에는 유엔기, 참전국 22개국 국기, 태극기가 연중 내내 게양돼 있다. 또한 한국전쟁에서 산화한 14개국 참전용사 2300여 명의 안장자가 잠들어 있다. 추모비에는 17개국의 전몰장병 4만897명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현재 11개국으로 구성된 국제기구인 재한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가 관리·운영하고 있다.

세계유산 추진 11곳 에 포함된 '유엔공원'(재한유엔기념공원). © 뉴스1 김정한 기자

유엔공원 관계자는 "제네바 협정 개정 후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부산은 100만 명의 피란민과 유엔군, 심지어 적군의 유골까지 품으며 전쟁의 후유증을 끌어안은 도시였다"며 전 세계에서 국제구호활동이 가장 번성했던 현장"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전쟁 유산'이 아닌 '인류애와 국제 연대'라는 무형의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 적군까지 품었던 포용성을 강조함으로써 중국이나 북한의 반대 우려를 불식하고, 모든 인류가 기억해야 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지난 10년간 치밀하게 준비해 온 만큼, 11개 유산(스팟)이 연속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연속유산을 추진 중인 11곳은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과 유엔묘지 외에도 경무대(임시수도기념관), 임시중앙청(동아대 석당박물관), 국립중앙관상대(부산기상관측소), 부산항 제1부두, 영도다리(영도대교), 복병산 배수지, 아미동 비석 피란주거지, 우암동 소막 피란주거지, 하야리아기지(부산시민공원) 등이 포함된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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