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7년차 작가 차인표 "내 소설의 가치는 독자가 완성"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5월 27일, 오후 05:27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내 소설을 의미 있게 읽어주는 독자들 덕분에 작품의 가치가 완성됩니다.”

배우 겸 작가 차인표(59)는 27일 서울 중구의 한 회관에서 열린 장편소설 ‘우리동네 도서관’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설에 각자의 해석을 더해줬기에, 그 사랑을 동력 삼아 계속 소설을 쓸 수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1993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스타 배우로 자리매김한 차인표는 소설가로 활동 반경을 넓혀왔다. 2009년 장편소설 ‘잘가요 언덕’을 시작으로 ‘오늘 예보’, ‘인어 사냥’, ‘그들의 하루’ 등을 펴냈다. 특히 ‘잘가요 언덕’의 개정판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영국 옥스퍼드대 한국학 필수 교재로 선정되며 화제를 모았다. 2025년에는 황순원문학상과 손호연 평화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성취도 인정받았다.

그는 “작가로서 북토크를 하며 많은 독자들을 직접 만난 경험이 큰 영향을 줬다”며 “책 한 권을 들고 와 작은 무언가라도 얻어가려는 독자들을 보며 ‘이분들이 나를 소설가로 만들어줬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상상력과 생각조차도 결국 스쳐 지나간 사람들이 마음속에 남긴 흔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가 겸 배우 차인표가 27일 서울 중구의 한 회관에서 열린 장편소설 ‘우리동네 도서관’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우리동네’서 시작된 상상의 세계

2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소설은 ‘용’에 대한 상상력과 독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맞물려 탄생했다. 동네 도서관에서 소설을 쓰는 현대의 작가 ‘나’와 고구려 시대 화공 ‘번각’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메타픽션(소설 속 허구와 현실이 뒤섞이는 형식)이다. 자신이 직접 본 것만 그리겠다는 번각은 귀족의 명으로 실체를 본 적 없는 ‘용’을 그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번각의 이야기를 쓰던 현대의 작가 역시 어느 날 눈앞에 용이 나타나며 혼란에 빠진다. 여기에 도서관에서 만난 독자까지 등장하며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려진다.

차인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알지만 직접 본 적은 없는 용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 소설”이라며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역사적 고증에 얽매이기보다 소설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상상력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차인표에게 ‘우리동네’는 단순한 생활 반경이 아니다. 매일 무심코 오가던 공간이 사실은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함께 빚어온 무대였다는 깨달음이 소설로 이어졌다. 그는 “삶의 절반 이상을 동네에서 보내는데, 결국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도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며 “비로소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존재를 돌아보게 됐고, 그저 같이 살아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수년간 톱스타로 살아왔지만, 어느덧 17년 차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은 늘 현실에서 마주한 안타까움과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훈 할머니의 삶을 모티브로 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동료 연예인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쓴 ‘오늘 예보’가 대표적이다. 그는 “일상과는 조금 다른 각성의 순간이 찾아올 때, 장편소설이라는 긴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가 계속 글을 써올 수 있었던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내온 누군가의 응원 덕분이었다. 차인표는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남겨준 수많은 서평을 보며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며 “타인이 나를 알아봐 주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건넬 수 있는 가장 큰 위로이자 응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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