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한 켠에 박힌 이 문장은 저자가 직접 경험한 풍경에서 나왔다. 아침부터 울리는 기자 전화에 잠이 깨고 문장 하나·조사 하나를 두고 치열하게 줄다리기하며 오보를 막기 위해 팩트와 관계를 총동원해 설득해야 했던 시간. 도진수(변호사시험 7회) 법무법인 진수 대표변호사가 그 경험을 고스란히 담은 실무서 ‘실전, 언론대응법’(박영사)을 출간했다.
(사진=법무법인 진수)
법원 기자실 명단을 손에 들고 점심이든 저녁이든 가능한 시간에 약속을 잡아 기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는 것부터 시작했다. 기사 배포를 정중히 읍소해야 하는 날도 있었고, 명백한 오보를 두고 얼굴이 붉어져 언성을 높여야 했던 날도 있었다.
지난해 2025년 봄, 대한변협 제1공보이사로 임명되면서 업무 강도는 차원이 달라졌다. 계엄 선포, 대통령 탄핵, 검찰청 폐지 논의 등 과거 선례를 찾을 수 없는 역사적 이슈가 매일 터져 나오던 시기였다.
하루에 50통이 넘는 기자 전화를 받는 날이 적지 않았고 수많은 성명서와 논평을 밤새워 쓰고 고쳤다. 결국 만 2년이 되자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당뇨가 심해지고 번아웃이 왔다. 어쩔 수 없이 공보이사 업무를 내려놓게 됐다. 그 경험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저자가 언론을 둘러싼 세 개의 자리를 모두 직접 거쳤다는 데 있다. 공보이사로서 기사가 만들어지기 전 현장,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으로서 분쟁이 시작된 이후 조정실, 그리고 변호사로서 신청인과 언론사 양쪽을 모두 대리했던 경험이다.
도 변호사는 이 세 자리를 각각 다른 공간으로 묘사한다. 공보이사의 시간은 ‘총성 없는 전쟁터’였다. 중재위원의 시간은 ‘수술실’에 가까웠다. 이미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퍼진 기사 속에서 상처받은 당사자와 언론사가 한 테이블에 마주 앉는 자리.
“‘제 인생이 망가졌습니다’라는 신청인의 절규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였습니다’라는 언론사의 항변 사이에서 법리라는 메스를 손에 쥐고 어디를 얼마나 도려내야 할지 매 순간 고민해야 한다”고 책은 적는다. 변호사로서의 시간은 이 두 경험을 하나로 꿰는 실이었다. 특정 시각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관련 법령과 최신 판례를 꾸준히 확인하며 균형을 잡고자 했다.
책은 4부 24장의 실전 매뉴얼 구조를 취한다. 1·2부는 기사가 나오기 전을 다루는 ‘공보 담당자의 실전 매뉴얼’이다. 기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본기,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선, 오보 수정 대응 3원칙, 기자가 먼저 찾는 보도자료 구조, 기관장 인터뷰 중개 비법까지 현장에서 시행착오 끝에 체득한 노하우를 솔직하게 담았다. “이는 단지 언론을 이기는 법이 아니라 언론과 어떻게 건강하게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기록”이라고 도 변호사는 강조한다.
3·4부는 기사가 나온 후를 다루는 ‘언론중재위원회 실무 지침서’다. 정정보도·반론보도·후속보도의 성격과 요건, 손해배상의 구조적 한계, 조정과 중재·소송 사이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지를 중재부 구성과 조사관의 역할, 조정 절차 전 과정을 포함해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제시했다. 막연히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해서 정정보도나 손해배상이 저절로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적 인식이 깔려 있다. 부록으로 조정신청서 기재례와 판례 30선도 수록해 실용성을 높였다.
도 변호사가 이 책을 쓰면서 독자로 염두에 둔 대상은 넓다. 공공기관·전문단체·기업의 공보·홍보 담당자, 언론보도로 고통을 겪는 개인이나 기업,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을 앞둔 예비 신청인, 신청인을 대리하는 변호사가 일차적 대상이다. 그러나 책의 맺음말에서 그는 “언론사 기자들과 언론 종사자들이 읽어볼 가치가 있는 참고서가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상대방의 자리에서 자신의 보도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아는 것이 더 나은 언론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도 변호사는 대한변협 제1 공보이사와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및 계간지 ‘언론중재’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동아일보 2030세상 칼럼니스트, 법조신문 청변카페 칼럼니스트를 지냈다. 책은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 등 전국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