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사태, 언제쯤 잦아들까…과거 불매운동 사례 보니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5월 28일, 오후 04:57

[이데일리 김미경·신수정 기자] “불매는 생각보다 빨리 잦아들어도, 소비자 기억은 오래 남는다.”

국내 식품·외식업계에서 반복돼 온 불매운동의 공통된 흐름이다. 매출은 시간이 지나면 일부 회복되더라도, 소비자 머릿속에 각인한 ‘문제 기업’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실제로 대리점 갑질 논란의 남양유업은 결국 회사의 주인까지 바뀌었고, SPC는 산재 사고 이후에도 유사 논란 반복으로 ‘노동·안전 리스크’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을 연상시키는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으로 불매 움직임이 번지고 있는 스타벅스 코리아 사태가 언제쯤 진정 국면에 들어설지 업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과거 식품·외식업계 사례를 보면 단순 제품 품질 사고는 비교적 빠르게 회복한 반면, 노동·갑질 문제처럼 오너나 기업 이미지 자체를 훼손한 사건은 수년간 후폭풍이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서울 시내의 한 스타벅스 매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28일 업계에 따르면 소비재 기업의 불매운동은 △사건의 상징성 △피해 범위 △오너 책임론 △추가 논란 발생 여부 등에 따라 지속 기간이 달라졌다. 특히 역사·정치·노동 이슈처럼 사회적 감수성과 연결된 사안은 단기간 프로모션이나 사과만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번 스타벅스 논란을 단순 마케팅 실패보다 ‘오너리스크’ 성격의 사안으로 보고 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이번 스타벅스 논란은 오너리스크로 봐야 한다”며 “고의성 여부에 대한 관심은 이제 실무 차원을 넘어 오너와 경영진 책임 문제로 옮겨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경찰 조사 결과 자체보다 향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어떤 태도와 후속 조치를 보이느냐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대표 사례로는 남양유업이 꼽힌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폭언 녹취가 공개되며 전국적 불매운동에 직면했다. 사건은 단순 일회성 논란을 넘어 구조적 갑질 문제와 오너 일가 리스크로 번졌고, 이후에도 경쟁사 비방 댓글 사건, 오너 비위 문제 등이 이어지며 ‘불매의 상징 기업’ 이미지가 고착했다.

결정타는 2021년 터졌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발표했고 국민의 불안심리를 악용한 대가는 혹독했다. 2013년 1조2298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2021년 9396억원까지 줄었다. 결국 남양유업은 실적 악화와 여론 부담 속에 경영권 매각 수순을 밟았다. 2024년 한앤컴퍼니 체제로 경영권이 넘어간 뒤 조직 쇄신과 흑자 전환했지만, 업계에서는 갑질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현 상미당홀딩스) 역시 반복된 산업재해로 큰 타격을 입었다. 2022년 SPL 평택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진 사고 직후 SPC는 별다른 공식 입장 없이 파리바게뜨 해외 진출 홍보자료를 배포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에도 계열 공장에서 사망사고가 이어졌고, 야구팬 사이에서 불매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크보빵(KBO빵)’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사건 직후 일부 브랜드 매출은 수개월 뒤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산재 논란이 반복되며 그룹 전체 이미지 훼손은 장기화됐다. 업계에서는 SPC 사례를 두고 “소비자는 사과 자체보다 이후 변화와 재발 여부를 더 오래 본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 사과문 발표 후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반면 매일유업의 멸균우유 세척수 혼입 사고는 비교적 빠르게 진정된 사례로 분류된다. 특정 제품 품질 문제였고, 회사가 신속한 사과와 회수 조치에 나서면서 대규모 불매운동으로는 번지지 않았다. 다만 이후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부적합 판정과 2억1000만원의 과징금, 15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본주의가 성숙될수록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 요구는 더 커질 것”이라며 “이번 스타벅스 논란은 남양유업 사태와 비슷한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 쉽게 일단락될 문제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경찰 조사 이후에도 고의성 여부가 명확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불매 움직임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지역·세대·역사 민감층별로 체감 강도에는 차이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소비자는 자신이 기대한 수준에 기업이 도달하지 못할 때 반발심을 느끼는데,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특히 역사적 맥락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며 “이번 스타벅스 건은 물질적 피해보다 감정적 분노 성격이 강한 만큼 향후 스타벅스 대응에 따라 소비자 반응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저가형 커피 브랜드 등 대체 가능한 곳은 많아졌지만 스타벅스의 상징성을 좋아하고 소비층이 많은 만큼 불매운동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스타벅스 측이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후속 조치를 보인다면 불매 기간은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강한 여론 흐름이 일정 시점 이후 완화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이 교수는 “6·3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의 언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5·18 관련 지원이나 정 회장의 광주 방문 같은 추가 후속 조치가 이어진다면 큰 흐름은 꺾일 수 있다”며 “언론 노출과 사회적 거론 빈도가 줄어드는 시점부터 여론도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불매 움직임의 지속 여부에 대해서도 “결국 사람들은 사회 분위기를 본다”며 “언론 노출이 줄고 논란이 잦아들면 소비자들도 주변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다시 매장을 방문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회복 시점의 핵심 변수로 △추가 논란 발생 여부 △오너 및 경영진 책임 조치 △재발 방지 대책 △환불 종료 이후 여론 흐름 등을 꼽는다. 현재 스타벅스가 오는 6월 14일까지 선불카드 한시 환불을 진행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최소한 환불 종료 이후인 6월 말~7월 초가 1차 여론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후에도 정치·역사 관련 논란이 재점화하거나 오너 책임론이 확대할 경우 장기 불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보면 소비자는 단순 사과보다 기업이 실제로 달라졌는지를 더 오래 지켜본다”며 “스타벅스 역시 이벤트성 수습보다 조직 차원의 신뢰 회복 과정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5공피해자단체연합회,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박종철기념사업회 등 단체 회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광화문점 앞에서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민주화운동기념일 '탱크 데이' 프로모션을 문제 삼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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