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리의 계절이 달라도, 봄을 줄게'
'우리의 계절이 달라도, 봄을 줄게'는 관계가 어긋난 뒤 찾아오는 외로움과 회복의 시간을 정원 이야기로 풀어낸 그림책이다. 저자 김모리는 겨울에 멈춘 듯한 시간에도 마음은 조금씩 쌓이고 자란다는 점을 '집'의 변화를 통해 그려낸다.
이야기의 화자는 '집'이다. 사람들의 웃음으로 가득했던 시간이 지나고 텅 빈 마당만 남자, 집은 스스로를 탓하며 겨울 같은 시간을 맞는다.
책은 관계가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을 정원 가꾸기에 겹쳐 놓는다. 애써도 마음이 닿지 않거나, 정성을 들였는데도 시든 잎만 남는 경험이 삶과 관계를 돌보는 일과 닮았다는 것이다.
빈 마당을 돌보는 과정은 단순한 위로로 흐르지 않는다. 같은 양의 물을 줘도 어떤 식물은 시들고 어떤 식물은 마르듯, 모두에게 통하는 하나의 정답은 없다는 사실을 집은 몸으로 배운다.
이 깨달음은 관계를 보는 시선으로 이어진다. 서로 바라는 빛의 양이 다르고, 편안하게 느끼는 거리도 다르며, 때로는 잘 자란 가지를 잘라내는 선택도 필요하다는 점을 차분하게 짚는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실제 정원 가꾸기 경험에서 길어 올렸다. 10년 동안 식물을 돌보며 쌓인 시간이 사람과 마음도 그렇게 자란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여러 계절을 지나며 한 권의 그림책으로 정리됐다.
그림을 맡은 마담규는 몽환적이면서도 따뜻한 화면으로 책의 정서를 받친다. 쓸쓸한 풍경 속에도 남아 있는 빛을 포착하며, 겨울의 고요와 봄의 기척이 한 장면 안에서 함께 느껴지도록 그렸다.
이 책은 외로운 시간을 실패로만 보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동안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언가가 자라고 있고, 늦게 피는 꽃도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건넨다.
△ 우리의 계절이 달라도, 봄을 줄게/ 김모리 지음/ 마담규 그림/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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