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 제국의 마지막 황제의 몸값은 '금 6톤'…문명을 흔든 황금 이야기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29일, 오전 06:37

'세계사를 바꾼 금 이야기'는 금을 단순한 귀금속이 아니라 인간 욕망과 권력의 매개로 놓고 인류 6000년사를 다시 훑는다.

'세계사를 바꾼 금 이야기'는 금을 단순한 귀금속이 아니라 인간 욕망과 권력의 매개로 놓고 인류 6000년사를 다시 훑는다. 저자 레베카 조라크와 마이클 W. 필립스 주니어는 바르나 네크로폴리스와 엘도라도, 금본위제, 골드러시, 분쟁 광물을 잇는 사례로 금이 계급과 제국, 신앙과 과학을 어떻게 흔들었는지 짚는다.

금은 너무 무른 탓에 도구를 만들기엔 부적합했다. 그런데 바로 그 '무용성'이 금을 부와 권력, 영생의 상징으로 밀어 올렸다. 왜 금이 오랜 세월 화폐와 가치의 매체가 됐는지 묻는 질문이 책 전체를 끌고 간다.

무용한 금속이 계급의 표지가 되기까지
이야기의 출발점은 1972년 불가리아 바르나 근교다. 트랙터로 도랑을 파던 라이초 마리노프가 신발 상자에 담아둔 금속 조각은 기원전 4600년경 금 유물로 이어졌고, 훗날 '바르나 네크로폴리스'로 알려진 묘역의 존재를 드러냈다.

바르나 43번 무덤에서 나온 금은 동시대 다른 금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고, 이는 금이 일찍부터 사회적 계급을 가르는 표지였음을 보여준다. 죽음 이후에도 몸을 치장하려 했다는 점 역시 함께 드러난다.

금의 기원에 대해 과학적 설명은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과학자들은 금이 별 내부 핵융합이 아니라 중성자별 충돌과 합병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추정하며, 지구 지표의 금 역시 운석이 가져온 것으로 설명한다. 책은 이렇게 우주에서 온 금속이 지상에서 권력과 숭배의 매개가 되는 역설을 앞세운다.

'세계사를 바꾼 금 이야기'는 금을 단순한 귀금속이 아니라 인간 욕망과 권력의 매개로 놓고 인류 6000년사를 다시 훑는다.
엘도라도에서 성전까지, 욕망과 신앙의 역설
이 책이 가장 힘을 주는 대목은 엘도라도다. 엘도라도는 처음부터 황금 도시가 아니라 금가루를 뒤집어쓴 남자, 곧 무이스카 지파 왕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종교 축제 때 왕이 과타비타 호수에 뛰어들며 공물을 바치던 의례가 정복자들의 귀에 들어가면서, 소문은 사람에서 도시로 부풀었다.

황금을 둘러싼 오해와 약탈은 제국의 움직임과 맞물린다. 책은 탐험가들이 엘도라도를 좇다 목숨을 잃은 사연과 함께, 잉카 제국의 마지막 황제 아타우알파의 비극 '황금의 방'을 자세히 다룬다.

카하마르카 전투에서 생포된 아타우알파는 스페인인들의 끝없는 탐욕을 간파하고, 자신이 갇힌 가로 6.7m, 세로 5.2m 크기의 방을 손이 닿는 높이인 약 2.4m까지 황금으로 채우겠다고 제안했다. 뒤이어 다른 두 개의 방도 은으로 가득 채우겠다는 조건이 붙자 스페인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는 이를 수락했다.

잉카인들은 약속대로 약 6톤의 황금과 12톤의 은을 모아 방을 가득 채웠지만, 피사로는 보물을 다 챙긴 후에도 반란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황제를 처형했다. 이 눈부시고도 참혹했던 황금 몸값 사건은 거대했던 잉카 제국이 완전히 몰락하고 아메리카 대륙의 부가 유럽으로 본격 약탈당하는 도화선이 됐다.

종교의 역사도 이 흐름 안에 들어온다. 모세가 황금 송아지를 부수는 장면과 솔로몬 성전의 금장식, 요한계시록의 순금 도시, 기독교 교회의 금박과 모자이크는 금이 우상숭배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신성의 재료였던 양면성을 드러낸다. 책은 금을 둘러싼 찬탄과 경계가 오랫동안 함께 갔다고 말한다.

주화와 금본위제가 제국의 흥망을 갈랐다
경제의 역사에서 금은 상징을 넘어 제도의 중심으로 들어온다. 책은 기원전 6세기 리디아 왕국에서 크로이소스 왕이 금과 은을 분리해 표준 화폐를 주조한 순간을 문명사적 전환점으로 잡는다. 물물교환에서 화폐 경제로 넘어가는 문턱에 금이 있었다는 것이다.

금화는 제국의 팽창과 쇠퇴에도 깊게 얽혔다.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은 리디아의 화폐 체계를 제국 전역으로 들였고, 로마 황제들은 재정난 속에서 금 함량을 줄이는 '화폐 감손'으로 버텼다. 책은 이 신뢰 붕괴가 초인플레이션과 경제 혼란을 부르며 제국의 균열을 키웠다고 본다.

근대와 현대의 장면도 촘촘히 이어진다. 1848년 캘리포니아 골드러시는 샌프란시스코를 대도시로 바꾸고 미국 서부 개척을 앞당겼지만, 그 이면에서 원주민 인구 급감이라는 폭력을 남겼다. 1933년 루스벨트의 금 몰수령, 1971년 닉슨의 금태환 정지 선언은 금과 화폐의 관계가 국가 권력과 함께 어떻게 재편됐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묶인다.

연금술의 집념에서 분쟁 광물의 현실까지
책의 후반부는 금을 둘러싼 과학과 예술, 파괴의 역사를 넓게 펼친다. 연금술사들이 금을 만들려다 축적한 증류와 추출, 여과 기술은 현대 화학의 토대로 이어졌고, 금을 찾겠다며 소변 수천 리터를 끓이다가 원소 '인'을 발견한 일화도 실린다. 보이저호의 금 코팅 레코드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거울은 금이 오늘의 과학에서도 여전히 핵심 재료임을 보여준다.

동시에 책은 금이 흘린 피를 현재형으로 끌고 온다. 루마니아 금광 붕괴로 청산가리 100톤이 유출됐고, 페루 아마존에서는 불법 채굴로 밀림 4만 헥타르가 파괴됐으며,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금광을 둘러싼 분쟁으로 6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례가 이어진다. 스마트폰 한 대에 들어가는 금 0.034그램도 이런 채굴 구조와 떨어져 있지 않다고 책은 짚는다.

예술의 역사도 예외가 아니다. 에스파냐 정복자들이 아메리카의 황금 문명을 녹여 금괴로 바꾸고, 유럽이 콜럼버스 이전 금 세공품을 화폐 가치로만 읽어 용광로에 넣은 장면은 금을 향한 욕망이 단지 물건이 아니라 의미와 문명까지 지워왔음을 보여준다.

레베카 조라크는 노스웨스턴 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로 황금이 예술과 문화에 미친 영향을 연구해 왔다. 마이클 W. 필립스 주니어는 독립 영화 제작자이자 비평가로 시각 문화와 물질문명의 관계를 다뤄왔다. '세계사를 바꾼 금 이야기'는 두 저자의 시선을 따라 금을 향한 인간의 갈망이 결국 가치와 문명의 의미를 어떻게 바꿔왔는지 묻는다.

△ 세계사를 바꾼 금 이야기/ 레베카 조라크·마이클 W. 필립스 주니어 지음/ 서소울 옮김/ 336쪽

'세계사를 바꾼 금 이야기'는 금을 단순한 귀금속이 아니라 인간 욕망과 권력의 매개로 놓고 인류 6000년사를 다시 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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