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전하는 그윽한 이야기"…변연미 '스스로 그러한 숲'전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29일, 오전 10:41

변연미, 다시 숲21-09_259x388cm_ acrylic, coffee grounds on canvas_ 2021 (노화랑)

익숙했던 자연의 풍경을 완전히 새로운 감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특별한 미술 전시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노화랑은 프랑스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해온 화가 변연미의 개인전 '스스로 그러한 숲'을 오는 5월 28일부터 6월 18일까지 관객들에게 선보인다고 밝혔다.

1994년 프랑스로 건너간 변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숲'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 깊이 매달려왔다. 그에게 숲은 단순히 도화지에 똑같이 베껴 그리는 대상이 아니다. 작가는 프랑스 파리 근교의 뱅센느 숲을 매일 산책하며 온몸으로 느낀 나무와 햇살, 바람의 기억을 캔버스에 겹겹이 쌓아 올린다. 겉모습만 흉내 내는 그림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느낀 분위기와 시간의 흐름을 통째로 전달하려는 시도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그림들은 언뜻 보면 실제 나무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붓 자국과 물감의 덩어리가 거칠게 얽혀 있다. 특히 1999년 유럽을 휩쓴 거대한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들의 모습은 작가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예쁘고 얌전한 자연이 아니라, 파괴되고 다시 스스로 치유되는 거친 대자연의 순환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의 작품 속 숲은 친근하면서도 어딘가 낯설고 신비로운 느낌을 풍긴다.

변연미, 다시 숲26-12, Acrylic, coffee grounds on canvas, 73 x 60cm, 2026 (노화랑 제공)

전민지 미술평론가는 "변연미의 회화는 태풍 이후 파괴되고 스스로 회복하는 대자연의 순환을 담았다"며 "인간의 척도로 붙잡을 수 없고 스스로 존재하는 자연의 본질을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하게 한다"고 전했다.

노화랑 관계자는 "변 작가의 작품은 가까이서 볼 때와 멀리서 볼 때의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며 "멀리서 보면 깊은 숲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주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화가의 치열한 붓질 흔적이 고스란히 살아있어 감상하는 재미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화면 속 인공적인 이미지에 갇혀 사는 현대인들에게 이번 전시는 진정한 '보는 행위'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숲을 그리는 것을 넘어 자연의 본질을 인간의 감각으로 붙잡으려는 작가의 끈질긴 노력이 돋보인다.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서 예술가가 창조해낸 깊고 푸른 사유의 숲을 거닐며, 우리가 잊고 지냈던 감각을 깨워볼 기회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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