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이마와 검은 털 고양이'는 꿈과 현실, 기억과 현재가 겹치는 순간을 따라가며 시간과 감각의 결을 더듬는다. 박솔뫼는 활동 초기부터 최근작까지 묶은 이야기 13편과 에세이 3편을 서로를 불러내고 지나간 풍경에 다시 머무는 움직임을 펼친다.
'다가오는 이마와 검은 털 고양이'는 꿈과 현실, 기억과 현재가 겹치는 순간을 따라가며 시간과 감각의 결을 더듬는다. 박솔뫼는 활동 초기부터 최근작까지 묶은 이야기 13편과 에세이 3편을 서로를 불러내고 지나간 풍경에 다시 머무는 움직임을 펼친다.
타국에 있는 친구를 눈앞으로 불러내고, 죽어 있는 자신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호텔방이 스스로 모습을 바꾸는 장면이 잇따른다. 작품들은 현실에서 한 발 비껴선 상황을 내세우지만, 그 어긋남은 환상보다 냄새와 온도, 빛과 습기 같은 감각을 더 또렷하게 드러내는 쪽으로 향한다.
박솔뫼의 문장은 사건의 인과를 단단히 묶기보다 인물들이 머무는 장소의 공기와 흐름을 집요하게 붙든다. 낯선 호텔방의 이불결, 창가로 스며드는 뜨거운 햇볕, 밤의 눅눅한 습기, 혀끝에 감도는 커피의 쓴맛 같은 세부가 문장 사이에 촘촘히 놓이면서 계절의 변화와 공간의 질감을 밀어 올린다.
대합실에 앉아 시간을 세고, 낯선 도시를 걷고, 지나간 사람들을 떠올리는 인물들의 움직임은 큰 사건보다 일상의 미세한 틈새에 오래 머문다. '문 열기', '당신이 오른 산은', '대합실에서_이상 '날개' 이어 쓰기', '바닷가에서는 산 적이 없는 사람들' 같은 작품에서 그 틈은 현실과 상상이 포개지는 자리가 된다.
이번 소설집의 인물들은 물리적 거리와 시간을 넘어 서로를 기억하고 불러낸다. 이 움직임은 고립된 개인을 타인과 세계로 잇는 작은 통로처럼 놓인다. '절대 사라지지 않는 장면이야'라는 문구가 가리키는 것도 사라진 것을 복원하는 일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감각과 목소리를 다시 듣는 일에 가깝다.
박솔뫼는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 '겨울의 눈빛', '사랑하는 개', '우리의 사람들',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등을 펴냈다. 김승옥문학상과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동리목월문학상을 받으며 자신만의 문학적 자리를 넓혀왔다.
△ '다가오는 이마와 검은 털 고양이'/ 박솔뫼 지음/ 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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