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부터 이듬해 4월까지…"'광장 이후'는 왜 다시 위기에 놓이나"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01일, 오전 09:00

[신간] '광장 비판'…'응원봉'과 '말벌 동지' 이후, 광장의 연대를 다시 묻다

'광장 비판'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친 뒤 승리의 서사로 묶인 '광장 민주주의'의 한계와 문제를 다시 들여다본다.

저자들은 2024년 12월 3일부터 이듬해 4월까지 이어진 광장의 열망이 제도 정치로 수렴되는 과정을 따라가며 '광장 이후' 한국 민주주의에 남은 불안과 균열을 짚는다.

조형근은 '광장의 열기, 시장의 열기'에서 12.3 내란 위기를 넘긴 뒤에도 한국 민주주의가 취약한 이유를 자본시장과 능력주의의 문제로 좁혀 본다. 비상계엄을 둘러싼 대치 속에서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합의한 장면을 끌어와, 거대 정당이 일하는 사람들의 고통보다 투자자의 이해관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비판한다.

천정환은 '두 개의 자유'에서 한국 대학을 '비정치의 공간'으로 밀어 넣은 힘을 따라간다. 계엄포고령에 대학 휴교령조차 없었던 현실을 출발점으로 삼아, 극우의 자유와 신자유주의의 자유가 결합한 대학 체제를 비판한다. 조국 사태와 김건희 'Yuji' 논문, 비정규직 연구자의 열악한 조건은 이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로 놓인다.

연혜원의 글은 탄핵 광장의 상징으로 떠오른 '응원봉' 뒤에 누가 있었는지 다시 묻는다. 퀴어문화축제의 실천과 레퍼토리가 광장의 스펙터클에 깊이 얽혀 있었지만, 승리의 순간마다 소수자의 몸은 다시 '좋은 시민'의 언어로 번역되고 배제된다고 짚는다. 남태령 집회의 성중립 공간과 연대의 미담도 관리 가능한 차이만 포섭하는 제도적 조정일 수 있다고 본다.

세대·젠더·진보 정치의 막힌 길

안희제는 '젠더의 새벽'에서 2030 남성 보수화와 세대론이 어떻게 불평등의 구조를 가리는지 해부한다. 청년세대의 불안을 젠더 갈등으로 돌리는 언어가 세습 자산 불평등을 가리는 방패막이로 쓰이고, 온라인 커뮤니티의 혐오 네트워크는 성별·세대 간 연대를 끊는 장치로 작동한다고 본다.

홍명교는 '거대 양당과 좌파 정치'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의 0.98% 득표율을 진보 정치의 고갈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는다. 거대 양당이 신자유주의적 시장 논리의 관리자로 스스로를 축소한 현실, 진보 정당이 냉소의 대상이 된 이유를 되짚으면서 의회와 현장 운동이 결합하는 이중 권력 전략을 거론한다.

정고은은 ''말벌'들은 어디로 날아갔을까?'에서 탄핵 광장을 메운 케이팝 팬덤 기반의 '휀걸'과 자발적 연대자 '말벌 동지'의 이후를 기록한다. 광주·대구·부산 등 비수도권 현장의 구술 인터뷰를 통해 서울 중심 서사에 가려진 경험을 드러내고, 지역을 상징 이미지로만 소비하는 시선도 비판한다.

저자들이 나눠 맡은 쟁점은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 광장의 한계와 제도의 한계가 맞물리고, 능력주의와 차별, 지역과 젠더, 노동과 정당 정치의 균열이 같은 장면 안에서 다시 이어진다는 것. 결국 이 책이 겨냥하는 지점은 광장의 승리를 기념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 일이다.

△ '광장 비판'/ 조형근·천정환·연혜원·안희제·홍명교·정고은 지음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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