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과 실종, 죽음 이후를 묻다…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작가 주영하의 첫 소설집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01일, 오전 09:00

단편소설집 '굴과 모래'는 실종과 재난, 질병과 죽음, 관계의 파국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감각과 기억을 따라가며 상실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을 파고든다. 주영하는 서로를 끝내 구원하지 못한 인물들의 좌절을 더듬으면서도 그 실패 뒤에 남는 사랑의 가능성을 소설 7편에 묶었다.

단편소설집 '굴과 모래'는 실종과 재난, 질병과 죽음, 관계의 파국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감각과 기억을 따라가며 상실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을 파고든다. 주영하는 서로를 끝내 구원하지 못한 인물들의 좌절을 더듬으면서도 그 실패 뒤에 남는 사랑의 가능성을 소설 7편에 묶었다.

표제작 '굴과 모래'를 포함한 수록작은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지나간 자리에서 시작한다. 굴이 사라지기 시작한 재난, 시한부 선고 뒤의 여행, 실종된 아이를 둘러싼 죄책감, 32년 전 히말라야에서 잃어버린 연인의 부재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현재를 흔든다.

'새해'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남편과 여행을 떠난 나영의 시간을 따라가고, '햇살에게'는 실종된 아이의 흔적을 좇는 성당 신부의 죄책감을 좇는다. '아쿠아리움'과 '얌은 어디에나'도 실직한 어머니와 보낸 하루, 사라진 소년의 흔적처럼 설명되지 않은 빈자리를 오래 붙든다.

이 소설집의 인물들은 비극 앞에서 곧바로 설명하거나 극복하지 못한다. 방금 잠에서 깬 사람처럼 어리둥절한 상태로 머뭇거리지만, 그 망설임 자체가 상실을 통과한 뒤 남는 감각을 드러내는 방식이 된다.

작품 속 사람들은 번번이 서로를 구해내지 못한다. 아내를 죽음으로 밀어 넣는 남편, 아이를 홀로 두고 떠난 엄마, 소중한 이의 곁을 지키지 못한 동료처럼 늦거나 무력한 인물들이 전면에 선다.

그렇다고 소설이 이들을 단죄로 밀어붙이지는 않는다. 실패의 원인과 대가를 단정하기보다,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남겨진 사람들이 그 흔적을 어떻게 견디는지 따라간다. 설명되지 않는 빈자리에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태도가 소설집 전체의 윤리로 놓인다.

2022년 '굴과 모래'로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주영하는 이번 첫 소설집에서 그 문제의식을 한 권으로 응집했다. 작가의 말에는 "그 입이 작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무력하지는 않기를 바란다"는 바람과 함께, 책과 활자를 통해 살아가는 세계에 속해 있다는 감각이 담겼다.

△ '굴과 모래'/ 주영하 지음/ 280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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