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에이드에서 열린 '꽃피는 시절' 한국 재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양솽쯔가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작품과 문학적 세계관을 설명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인 대만(타이완) 소설가 양솽쯔(42)가 한국을 방문해 대만 문학이 가진 다양성과 역사적 책무를 강조했다.
1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에이드에서 열린 '꽃피는 시절' 한국 재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양솽쯔는 "이번 부커상 수상이 개인의 기쁨을 넘어 대만의 특별한 문학이 세계 문학계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꽃피는 시절'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대만을 배경으로, 전통적인 조혼 관습과 신식 교육 사이에서 고민하며 성장하는 두 여성의 연대와 사랑을 그린 퀴어 역사 소설이다. 식민지 지식인 여성들의 고뇌와 주체적인 삶을 향한 열망을 대만의 역사적 풍경 속에 섬세하게 담아냈다. 2017년 첫 출간 후 2차례의 개정을 거쳐 이번에 다시 한국에서 출판됐다. 부커상 수상작인 '1938 타이완 여행기'(Taiwan Travelogue)의 출발점이 된 작품이다.
'꽃피는 시절' (마티스블루 제공)
양솽쯔는 대만 사회를 "다양성이 숨 쉬는 복잡한 나라"로 정의하고 자신의 문학이 대만 독자들을 향해 역사와 사회의식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제 식민 지배에 이어 1987년까지 38년간 지속된 중화민국 정권의 계엄 시대를 겪은 대만이 1996년 첫 직접 선거를 치르기까지 겪은 고난의 역사를 그의 작품 세계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00년 전 식민지 시대 이야기를 여전히 쓰고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아직 청산되지 않은 심리적 지배와 계엄의 그림자가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대만 사회에서 나타나는 정권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친중파의 움직임 역시 또 다른 식민지화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솽쯔는 소설 '1983 타이완 여행기'에서 '번역'을 핵심 장치로 내세운 이유에 대해 "두 번의 국어 정책으로 초래된 대만 문학사의 언어적 단절을 꼬집고 싶었다"며 "모국에서 모국어를 쓰면서도 번역과 통역을 거쳐야 하는 대만의 현실을 통해 독자들에게 역사적 경각심을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역사에서 지워진 여성의 서사를 복원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여성이 야구 시합에 나가는 소년들을 빛내주는 주변인에 머물던 과거 일본 만화적인 틀을 깨고, 주체적으로 성장하고 모험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젊은 독자들에게 상상의 공간을 열어주려 한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1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에이드에서 열린 '꽃피는 시절' 한국 재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양솽쯔가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작품과 문학적 세계관을 설명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양솽쯔는 소설 속 '미식' 역시 계급과 종족, 성별에 따른 권력 위계를 드러내는 정밀한 장치로 활용된다고 밝혔다. 이는 또한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청소년기부터 요식업과 호텔 서비스업에 종사했던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 투영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는 "2014년 '대만 해바라기 운동'이 나를 비롯한 1980년대생 문인들의 창작 방향과 국가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분기점이었다"며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한 이후, 중국의 문법이 아닌 대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각국 독자들의 흥미로운 반응 차이도 소개했다.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 의식이 높은 일본 독자들과 달리, 한국 독자들은 작가가 설정한 지배층의 시각을 거부하고 처음부터 피지배자의 입장에 완벽히 몰입해 1인칭 시점을 통해 구사한 이입 전략이 통하지 않았다고 유쾌한 일화를 전했다. 반면 구미권 독자들은 역사적 맥락보다는 인물 간의 로맨스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양솽쯔는 "출간이 불가능한 탓에 불법 복제로 작품을 접한 일부 중국 네티즌들의 날 선 비판도 존재한다"면서도 "하지만 대만의 진짜 현실을 이해하려는 소수의 움직임에서 문학의 유연한 힘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2026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1938 타이완 여행기' (마티스불루 제공)
그는 향후 계획으로 2029년까지 두 권의 책을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올해 안에 현대를 배경으로 한 미식과 여성 중심 소설을 마무리한 뒤 '100년 전 직업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세 번째 역사 소설 집필에 모든 에너지를 쏟겠다고 밝혔다.
한편, 양솽쯔는 지난달 19일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거머쥐며 아시아 문학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중국어(만다린)에서 번역된 책으로는 최초의 수상작이며, 양솽쯔는 최초의 대만인 수상자다.
수상작인 장편 소설 '1983 타이완 여행기'는 식민지 시기 여성들의 삶과 존엄, 그리고 이들 간의 연대를 그린 소설이다. 식민지 국민과 피식민지 국민이라는 경계를 넘어선 두 여성 일본인 작가와 대만인 통역사의 모험을 담았다. 역사, 여행, 여성 소설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며 식민주의와 젠더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뤘다. 또한 대만 최초로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