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의 풍경을 쪼개고 잇다"…김상소 '누아르 2: 두 도시 이야기'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01일, 오후 05:37

김상소, 2024, 190x271cm, -I'll ride or die with you.- 그는 수요일에 만나자고 했었다. (스페이스몸 미술관 제공)

실험적 회화를 선보이는 젊은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김상소 작가의 '누아르(NOIR) 2: 두 도시 이야기'가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스페이스몸 미술관에서 13일까지 관객을 맞이한다.

서울 태생인 김상소는 군대와 타지 생활을 통해 지역 간의 보이지 않는 서열을 체감했다. 그에게 가보지 못한 곳은 늘 빈칸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도시 청주를 경험하며 생각의 전환을 맞이했다. 풍경은 바라보는 사람의 위치와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작가는 두 도시를 오가며 마주친 흔적들을 즉흥적으로 기록했다.

그는 자신의 예술을 설명하기 위해 '누아르'라는 개념을 가져온다. 누아르의 본질인 어둠과 빛의 대비처럼, 상반된 요소가 부딪힐 때 생기는 긴장감에 주목했다. 섞일 수 없는 이질적인 기억들이 한 화면 안에서 충돌한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영화와 달리, 회화는 멈춰진 순간 속에 수많은 이야기를 품는다.

작업 방식은 현장 사생에 기반한다. 길을 걷다 눈에 밟히는 장면을 빠른 속도로 스케치한다. 시간이 흐르면 스스로도 무엇을 그렸는지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즉흥적이다. 작가는 조각난 기억을 억지로 연결하지 않는다. 오히려 파편들의 헐거운 틈새를 그대로 내버려 둔다. 관객은 완결되지 않은 빈 구석을 보며 숨은 서사를 상상한다.

김상소, 2023-24, 152x150cm, 레이벤의 표면은 밝게 빛났다. '...!' 심장이 멈춘다는 느낌. -전력질주!- (스페이스몸 미술관 제공)

김상소는 "첫 개인전이 입체적인 규칙으로 위계를 다루었다면, 이번 청주 스페이스 몸 미술관 전시는 훨씬 유연하다"며 "화면은 더 납작해졌고 충돌은 캔버스 내부에서 직접 일어난다"고 밝혔다.

활기찬 육거리 시장 풍경과 그 아래 묻힌 옛 남석교의 역사가 한 장면에 부드럽게 겹친다. "서울에 살고 싶어", "서울을 떠나고 싶어"라는 문구는 대도시를 향한 복잡한 동경과 피로감을 암시한다.

전시는 서울과 청주라는 공간을 물리적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캔버스 위에서는 어느 곳이 서울이고 청주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낯선 공간이 그림을 통해 경험되면서 점차 익숙한 풍경으로 변해갈 뿐이다. 작가는 시공간의 파편을 모아 풍경을 완성하지만, 이는 언제든 부서질 수 있어 위태롭다. 결말을 열어둠으로써 그림은 멈추지 않고 재생된다.

김상소의 회화는 친절한 설명문이 아니다. 맥락이 끊긴 파편들은 불친절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설명하려는 유행 속에서 이러한 불완전함은 오히려 신선하다. 매끄러운 디지털 이미지에 익숙한 이들에게 이 헐거운 틈새는 좋은 질문을 던진다. 정답이 없는 풍경 속에서 관객은 저마다의 기억을 맞추는 능동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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