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센티미터 굽에서 코르셋까지…몸 위에 새겨진 권력의 역사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02일, 오전 09:00

'몸은 어떻게 스타일이 되는가'는 점, 피부, 털, 목, 가슴, 허리, 다리, 손, 발, 냄새를 축으로 서양 패션의 역사를 다시 읽는다. 김수영은 몸을 꾸밈의 대상이 아니라 권력과 계급, 젠더 질서가 새겨지는 자리로 놓고 미의 기준이 만들어진 과정을 추적한다.

'몸은 어떻게 스타일이 되는가'는 점, 피부, 털, 목, 가슴, 허리, 다리, 손, 발, 냄새를 축으로 서양 패션의 역사를 다시 읽는다. 김수영은 몸을 꾸밈의 대상이 아니라 권력과 계급, 젠더 질서가 새겨지는 자리로 놓고 미의 기준이 만들어진 과정을 추적한다.

보통 서양 패션사를 시대순으로 훑는 방식과 달리 이 책은 신체 부위별 배열을 택한다. 얼굴의 점에서 발끝의 굽까지 시선을 옮기며 몸과 옷이 사회적·문화적·정치적 의미를 어떻게 얻었는지 더듬고, 패션을 통해 인간이 무엇을 통제하고 드러내려 했는지 묻는다.

초반부는 점과 피부를 통해 몸이 계급과 미의 기준을 드러내는 표면이었다는 사실을 짚는다. 17세기 귀족 여성이 얼굴에 붙인 작은 점은 장식에 그치지 않았고, 흰 피부를 강조하는 관습 역시 노동하지 않는 몸의 표지로 기능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털과 목, 허리를 다룬 장에서는 그루밍과 가발, 코르셋, 치마 구조물이 잇달아 등장한다. 몸을 더 크게 보이게 하거나 더 조이게 만드는 장치들은 유행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몸을 길들이는 기술로 읽힌다.

책은 이런 장치가 실제 생활의 불편과도 맞물렸다고 보여준다. 거대한 푸프로 마차에 오르기 어렵거나 부푼 치마 때문에 좁은 문과 의자를 마음대로 쓰지 못한 사례는 유행이 몸을 어떻게 규율했는지 선명하게 드러낸다.

후반부는 다리와 손, 발, 냄새를 통해 패션의 범위를 의복 바깥으로 넓힌다. 하이힐이 자세와 걸음걸이를 바꾸고, 향을 입힌 장갑이 후각과 신분의 감각을 매개하는 장면은 몸의 각 부위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의미를 떠안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책이 붙드는 핵심은 몸과 옷의 상호작용이다. 패션은 몸을 덮는 외피에 머물지 않고, 몸을 강조하거나 감추거나 변형하면서 시대가 요구한 이상적 신체를 만들어냈다는 문제의식이 전편을 관통한다.

김수영은 파리8대학에서 예술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이화여자대학교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파리 프랑스패션학교(IFM)와 소르본1대학에서 공부했다. LVMH 그룹 KENZO 파리 본사 실무 경험을 거쳐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패션의 미학과 사회적 맥락을 연구해왔다.

△ '몸은 어떻게 스타일이 되는가'/ 김수영 지음/ 326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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