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다는 것'은 집 앞 쓰레기봉투에서 재활용 선별장과 매립지,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경로를 따라가며 버린 것이 끝나지 않는다는 현실을 짚는다.
'버린다는 것'은 집 앞 쓰레기봉투에서 재활용 선별장과 매립지,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경로를 따라가며 버린 것이 끝나지 않는다는 현실을 짚는다. 저자 송윤지는 재활용률 60%의 이면과 '쓰레기 식민주의', 알맹상점과 파타고니아 같은 실천 사례를 묶어 쓰레기를 '분해'와 순환의 문제로 다시 보자고 제안한다.
쓰레기는 손에서 놓이는 순간 시야 밖으로 밀려나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일반 쓰레기는 소각장을 거쳐 남은 10~20% 찌꺼기가 매립지로 향하고, 재활용품은 선별장을 지나 다시 상품이 되거나 헐값에 다른 나라로 흘러간다. 육지에서 감당하지 못한 폐기물은 바다로 건너가 미세 플라스틱이 되고 다시 식탁으로 돌아온다.
컨베이어벨트 앞 선별원들의 손은 자석과 바람이 한 차례 훑고 지나간 뒤부터 더 바빠진다. 투명한 페트병 사이에서 유색 병을 가려내고, 비슷해 보이는 플라스틱도 재질별로 다시 추려야 하기 때문이다. 책은 분리배출 세계 2위와 재활용률 60%라는 숫자만으로는 이 장면을 설명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 수치에는 태워 없앤 열에너지까지 포함돼 있어 플라스틱 재활용률 16%라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난지도의 폐품 수집인과 서울 하늘공원, 미국 프레시 킬스, '쓰레기 고고학' 연구는 버린 뒤의 시간을 드러내는 사례로 묶인다. 쓰레기 산이 공원으로 바뀌더라도 매립의 본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땅속과 주변 지역에 남는 부담도 함께 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이 대목을 관통한다. 책은 버려진 것의 종착지를 따라가며 처리의 역사와 한계를 함께 보여 준다.
선별장을 통과한 플라스틱과 캔이 가난한 나라로 건너가고, 그 마을 주민들이 침출수와 유독한 연기 속에서 버텨야 하는 현실은 '쓰레기 식민주의'라는 말로 압축된다. 내 집 앞을 비운 대가가 다른 지역과 다른 나라로 옮겨붙는 구조라는 것이다. 버린 것이 계속 이름을 바꾸며 관계를 맺는다는 책의 설명도 여기에서 선명해진다.
저자는 쓰레기가 늘어난 이유를 개인의 습관만으로 돌리지 않는다. 욕망을 자극하는 매장과 쇼핑몰의 판매 방식, 2+1 행사, 빠른 교체 주기, 비싸게 책정된 수리 비용, 플라스틱의 확산이 도시화와 대량생산, 소비문화와 맞물려 폐기물을 키웠다고 본다. 생활 쓰레기는 전체의 10%도 되지 않고 거의 90%가 공장과 제조 과정에서 나온다는 지적도 이런 구조를 겨냥한다.
해법 역시 여러 층위에서 제시한다. 포장 없이 물건을 팔고 플라스틱 뚜껑과 우유팩, 텀블러를 다시 쓰게 하는 알맹상점, 작은 차량을 개조한 '소분상점', 일회용기 대신 텀블러와 용기를 들고 가는 용기내 캠페인이 먼저 나온다. 이어 수리 기술과 공간을 나누는 리페어 카페와 수리공간 곰손, 무료 수선과 중고 판매, 원료 회수까지 묶어낸 파타고니아 사례가 물건을 오래 쓰는 방법으로 제시한다.
송윤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환경 문제에 눈을 떴고, 서울환경영화제 스태프와 NGO, 임팩트 투자사에서 일한 뒤 도시를 공부해 온 연구자다.
△ '버린다는 것'/ 송윤지 지음/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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