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응 ‘영도가 보이는 자갈치’(1989 사진=미광화랑)
이쯤 되면 슬슬 답답해지는 건 이쪽이다. 세상 이치를 다 안다는 듯 쓱쓱 그어낸 붓선이며, 질박하게 올린 향토적 색감, 힘들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에다가 서정성이 뚝뚝 떨어지는 화면을 보고 있자면 말이다. 그림은 뭐고, 미술교육은 또 뭔가 싶기까지 한 거다.
작가 황규응(1928∼2004). 살아 있는 동안 ‘화가’란 타이틀을 이름 앞에 붙여보긴 했을까. 그 흔한 개인전조차 생전 단 두 번뿐이었다니 말이다. 작가는 ‘수채화가’였다. 하지만 여느 수채화와는 결이 다르다. 바닥이 비칠 정도로 맑고 투명한 그 특징 대신 묵직하고 거친 불투명으로 서민의 일상을 먼 풍경처럼 녹여냈다.
부산 일대 정경이 많다. 자갈치, 영도, 송도, 상마·하마마을, 남포동, 해운대, 을숙도, 미포 등 바다와 뭍, 섬을 어울린 풍경들이다. ‘영도가 보이는 자갈치’(1989)는 그중 한 점. 다리는 다리대로, 배는 배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멈춰 있으나 움직이는 한 시대의 진한 초상을 펼쳐놨다.
6월 16일까지 부산 수영구 광남로172번길 미광화랑서 여는 ‘황규응 회고전’에서 볼 수 있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부산 근교를 그린 수채화 38점을 선별해 걸었다. 종이에 수채, 37×53㎝. 미광화랑 제공.
황규응 ‘해운대 낙조’(1987), 종이에 수채, 52×75㎝(사진=미광화랑)
황규응 ‘설경 1’(1993), 종이에 수채, 37×49㎝(사진=미광화랑)
황규응 ‘자갈치’(1996), 종이에 수채, 23×34㎝(사진=미광화랑)
황규응 ‘포장마차’(2002), 종이에 수채, 23×34㎝(사진=미광화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