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온라인으로 산다고?"…2030이 바꾼 향수 구매 공식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6월 04일, 오후 03:26

[이데일리 김지우 기자] 직장인 김 모씨(28)는 10여 개의 향수를 보유한 향수 마니아다. 그날 입는 옷차림과 분위기에 맞춰 향을 고른다. 최근에는 온라인 행사 기간에 A브랜드의 50㎖ 향수 4개를 3만원대에 구매했다. 김씨는 “그동안 다양한 명품 브랜드 향수를 써왔는데 일부 제품은 단종되거나 해외 직구를 해야 해, 비슷한 노트의 가성비 제품을 써보려 샀다”고 말했다.

여성이 향수를 시향하는 모습. (사진=ChatGPT 생성 이미지)
직접 맡아보고 사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던 향수 시장의 구매 공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매장에서 직접 시향한 뒤 구매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노트와 후기, 브랜드 스토리를 비교한 뒤 제품을 고르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플로럴, 우디, 머스크, 시트러스 등 선호하는 향 계열을 기준으로 제품을 찾거나, 기존에 쓰던 명품 향수와 비슷한 노트의 제품을 구매하는 식이다.

이 같은 변화는 향수 소비층이 넓어진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기간 마스크 착용으로 색조 화장 수요가 위축된 사이, 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개인에게 만족감을 주는 자기표현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향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남성 소비자 증가도 특징이다. 남성의 외모 관리와 자기표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그루밍 문화’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온라인 채널에선 노트 설명과 후기, 샘플링 서비스를 활용해 제품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사례도 느는 흐름이다.

4일 패션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해 향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데 이어, 올해 1~4월에도 전년 동기보다 13% 늘었다. 같은 기간 지그재그에서는 향수 키워드 상품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에이블리에서도 향수 카테고리 거래액은 70% 늘었다. 무신사 관계자는 “프래그런스(향수)는 무신사 뷰티에서 색조 메이크업과 함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카테고리”라고 말했다.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전체 향수 시장도 성장세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향수 시장 규모는 약 1조 18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대비 6.7% 증가한 수치다.

유통업계는 온라인 향수 구매의 가장 큰 약점인 시향의 한계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신세계V는 이달 향수 제품을 한곳에 모은 ‘향수전문관’을 열었다. 배송비만 결제하면 원하는 향수 샘플을 받아볼 수 있는 ‘홈 시향 서비스’도 시작했다. 고객이 샘플을 먼저 체험한 뒤 본품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향을 이미지와 소리로 표현하는 ‘AI 시향’ 콘텐츠도 마련했다.

온라인 향수 시장이 커지면서 선택지도 다양해지고 있다. 고가 니치 향수뿐 아니라 명품 향수의 대체재로 소비되는 가성비 향수, 소용량 향수, 샘플 세트 등 선택지가 넓어졌다. 소비자들은 온라인 행사나 기획전을 통해 여러 향을 동시에 구매한 뒤, 그날의 패션과 분위기에 따라 사용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수가 패션·뷰티처럼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카테고리로 자리 잡으면서 온라인에서도 다양한 브랜드와 향을 비교해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샘플링과 큐레이션 서비스의 등장으로 온라인 향수 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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