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구름 위의 여자'는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낸 한 존재가, 남은 생의 언어로 상실의 강을 건너가는 애도와 그리움의 기록이다. 이 시집의 중심에는 “딸아”라는 부름이 있다. 그 부름은 단순한 호명이 아니라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존재를 향해 끝없이 손을 뻗는 마음의 형식이며, 죽음 이후에도 끊어지지 않는 사랑의 마지막 호흡이다.
시집은 1부 '사월의 꽃잎 아래서', 2부 '辛 씨의 봄날', 3부 '구름 위의 여자', 4부 '자하문 밖, 서녘 하늘', 5부 '그리운 마을로 가는 길'로 구성되어 있다. 사월의 꽃잎, 봄비, 흰 구름, 서녘 하늘, 낙엽, 첫눈, 새벽꿈 등 계절과 자연의 이미지는 박열아 시의 가장 중요한 정서적 배경이다.
그러나 이 자연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꽃은 피지만 가슴에는 찬비가 내리고, 구름은 흐르지만, 마음은 제자리에 멈추어 있다. 세계는 여전히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은 오히려 부재한 존재의 빈자리를 더 선명하게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 시집은 화려한 수사나 실험적 기법으로 독자를 압도하는 시집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낮은 목소리로, 가장 오래된 서정의 방식으로, 가장 근원적인 인간의 아픔을 응시한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뒤에도 삶은 계속되고, 계절은 돌아오며, 해는 저문다.
그러나 박열아의 시는 그 계속되는 시간 속에서 사라진 존재를 지우지 않는다. 지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지우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그러므로 이 시집을 읽는 일은 한 인간의 슬픔을 들여다보는 일이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마주할 상실의 얼굴과 조용히 마주 앉는 일이다. '구름 위의 여자'는 떠난 이를 향한 만가이자, 남은 자가 끝내 붙드는 사랑의 증언이다.
박열아 시인(본명 박영열)은
1938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1959년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여,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전표지역'이 당선됐다.
2025년 6월 4일 별세했다.
kht@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