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관현악단 ‘신나락 만나락’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악기 하나하나가 ‘영(靈)’이 돼 늪과 화산, 악기나무 숲을 건너는 동안 아이는 설명이 아니라 소리 그 자체로 국악기를 익혀 갔다. 독주와 중주, 합주를 자유로이 오가는 편성의 묘 덕분에 각 악기의 결이 또렷이 살아났으니, 이는 큰 편성의 관현악이 아니라 오히려 열 명 규모이기에 가능한 친밀함이었다. 악기나무 숲에서 가야금이 울리던 대목에선 딸아이가 내 소매를 잡아끌며 “저 소리 좋다”고 속삭였다.
이고운 음악감독이 빚어낸 16곡의 창작곡은 이야기의 호흡에 정확히 포개지면서도 전통 악기 고유의 연주기법을 자연스럽게 귀에 새긴다. 음악이 서사를 떠받치고 서사가 다시 음색을 또렷이 드러내는 이 균형이야말로 잘 빚어진 관현악의 미덕이다. 판소리 창작자 박인혜의 연출은 거칠지만 따뜻한 퍼펫의 질감으로 우리 음악과 결을 맞췄고, 무채색 ‘악기나무 숲’으로 채운 신나경의 무대는 알록달록함을 비켜서며 도리어 상상의 여백을 넓혔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어린이 음악회 ‘신나락 만나락’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애벌레 오물이 친구의 소원을 대신 이뤄 나비로 날아오르는 장면에서 딸아이는 누구보다 크게 손뼉을 쳤다. 거대한 신 설문대가 ‘정성껏 세상을 키워 내면 세상도 그 아이를 함께 키워 준다’고 건넬 때는, 객석의 어른들과 함께 내 가슴도 가만히 젖어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어떤 악기가 가장 좋았는지 묻자 딸아이는 망설임 없이 가야금을 꼽았다. 그 한마디에 나는 이 무대가 국악을 가르치려 드는 공연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언어로 스며들게 하는 공연임을 확신했다.
‘신나락 만나락’은 2004년 이래 어린이 음악회의 명가로 자리매김해 온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오랜 내공이 어린 관객을 향해 가장 성숙한 방식으로 발현된 수작이다. 전통과 창작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온 단체만이 빚어낼 수 있는 무대였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어린이 음악회 ‘신나락 만나락’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