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지막 직업' (추수밭 제공)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마트의 셀프계산대나 식당의 키오스크가 우리 일상을 채우고 있다. 세상은 점점 더 편리해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외로움을 겪는 중이다. 이러한 기술 과잉 시대에 인간다움을 지키는 유일한 열쇠는 바로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연결노동'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 신간은 자동화 물결 속에서 사라져가는 소통과 공감의 가치를 짚어낸다. 이 책은 교사, 의사, 상담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 100여 명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기술이 인간의 자리를 어떻게 지워내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오늘날 사회를 개인의 고유성이 사라진 '탈개인화' 상태로 진단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앱이 맞춤형 서비스를 준다고 하지만, 정작 인간의 감정과 필요를 단순한 숫자로만 취급하기 때문이다. 결국 진정한 인간관계를 회복하려면 마음을 나누는 노동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계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지만, 인간은 대화 속에서 오해를 풀고 갈등을 겪으며 서로의 존엄성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학교에서는 교사의 역할을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사람과 상담하는 사람으로 쪼갰다. 효율성만 따지다 보니 노동자는 기계처럼 변하고 컴퓨터 입력 업무만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사람의 서비스를 받고, 가난한 사람은 AI의 관리를 받는 씁쓸한 미래가 올 수도 있다.
이 책은 네덜란드에서 다시 도입된 '대화형 계산대'를 대안의 예시로 든다. 조금 늦더라도 계산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다.
편리함에 취해 이어폰을 꽂고 타인과의 눈빛 교환을 피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된다. AI가 정답을 알려주는 세상이라도 인간의 온기를 대신할 수는 없다. 기계와 구별되는 인간의 진짜 가치는 결국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부대끼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점을 이 책은 묵직하게 일깨워준다.
△ 사람의 마지막 직업/ 앨리슨 J. 퓨 글/ 김재경 옮김/ 5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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