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와 나무, 귀신까지… 변윤제가 다시 묻는 시의 자리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09일, 오전 09:01

'다들 시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는 슬픔을 설명하는 대신 냄새와 기척, 곡물의 온기 같은 감각으로 상실 이후의 마음을 더듬는다. 변윤제 시인은 인간만이 슬픔을 독점하지 않는 세계를 따라가며 시와 애도가 어떻게 몸의 언어가 되는지 묻는다.

'다들 시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는 슬픔을 설명하는 대신 냄새와 기척, 곡물의 온기 같은 감각으로 상실 이후의 마음을 더듬는다. 변윤제 시인은 인간만이 슬픔을 독점하지 않는 세계를 따라가며 시와 애도가 어떻게 몸의 언어가 되는지 묻는다.

표제작 '다들 시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는 "시는 슬픔을 기록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시를 슬픔이 되어 보는 일로 밀어 넣는다. '어둠 감각'의 "쓴다와 산다는 내겐 같게 느껴진다"는 문장은 글쓰기와 삶의 간격을 한 줄로 좁힌다.

2021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변윤제는 앞선 시집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와 '반국가세력'에서 드러낸 현실과 환상, 비애와 유머의 충돌을 이번 책에서 더 느리고 깊은 방향으로 끌고 간다.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정서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찾아온 감각의 변화다. 죽음은 사라짐이나 부재에 머물지 않고 곡물의 냄새와 수프의 온기, 몸에 남는 기척처럼 새로운 감각이 생겨나는 자리로 옮겨 간다.

'부드럽고 어두운 곡물 수프'와 '오리 수집가의 꿈'은 상실을 한 번에 설명하지 않는다. 병상에 누운 어머니의 존재를 향기로 받아들이고, 엄마가 죽은 사람이 세상에 너무 많다는 깨달음으로 애도가 개인의 내부를 넘어서는 장면을 붙든다.

'엄마 연습'은 엄마를 적을수록 단 한 줄도 적지 못한 사람이 되어 간다는 역설을 밀어 올린다. 사랑하는 존재를 언어 안에 붙잡으려 할수록 더 멀어지는 감각이 시집의 핵심 질문으로 남는다.

비극을 다루는 방식도 높고 비장한 쪽으로 치닫지 않는다. '끝끝내 코딱지' 같은 시편이 끌어오는 시시한 사물과 낮은 감각은 삶과 죽음의 위계를 흔들고, 애도와 웃음이 한자리에서 부딪히는 장면을 만든다.

'다들 시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는 슬픔을 설명하는 대신 냄새와 기척, 곡물의 온기 같은 감각으로 상실 이후의 마음을 더듬는다. 변윤제 시인은 인간만이 슬픔을 독점하지 않는 세계를 따라가며 시와 애도가 어떻게 몸의 언어가 되는지 묻는다.

이 시집에서 슬픔은 인간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벌레와 나무, 귀신과 바다 같은 존재들이 인간의 감정을 나눠 갖고 움직이면서 인간 중심의 감정 구조를 조금씩 무너뜨린다.

'슬픈 참매미 업무'와 '슬픈 곤충학자의 꿈'은 벌레의 울음과 움직임을 사랑과 작별의 감각에 겹쳐 놓는다. '색약을 앓는 벚나무에게'와 '숲은 자세히 헤어진다'는 나무와 숲을 풍경이 아니라 함께 늙고 흔들리는 감각의 공동체로 세운다.

'검은 바다 동아리'는 헤어짐의 기억을 바닷가와 먼바다의 섬으로 밀어 넣고, '광화문의 발명'은 아이와 아버지, 미래와 과거가 뒤섞이는 몽상으로 삶의 시간감을 비튼다. 감정은 한 몸 안에 갇히지 않고 사물과 공간, 다른 생명 쪽으로 번져 나간다.

그래서 이 시집이 세우는 세계는 인간만이 슬픔을 독점하지 않는 세계다. 서로 다른 존재가 외로움과 감각을 조금씩 공유하는 장면이 이어지며, 시는 감정을 설명하는 문장이 아니라 감각을 건네는 언어로 다가선다.

이번 시집은 상실만이 아니라 쓰는 일 자체를 묻는 시집이기도 하다. 시는 무엇인가, 누군가를 쓴다는 것은 가능한가, 사랑하는 존재를 언어 안에 남기는 일이 끝내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여러 시편을 관통한다.

이 질문은 해답으로 모이지 않는다. 슬픔을 적으려 할수록 슬픔은 다른 냄새와 기척으로 흩어지고, 엄마를 쓰려 할수록 엄마에게서 더 멀어지는 실패가 반복되지만 시는 바로 그 미완성 위에서 계속 이어진다.

시집은 1부 '부드럽고 어두운 곡물 수프', 2부 '숲은 자세히 헤어진다', 3부 '잠의 잠'으로 이어진다. 각 부에는 '속', '나의 유령에게', '이중 슬릿 슬픔 실험', '전세 대출을 받은 친구에게' 같은 시편이 배치돼 감각과 상실, 일상과 환상이 겹치는 결을 넓혀 간다.

말미에는 포엠매거진과 진행한 인터뷰 '시 이후의 시, 삶 이후의 삶'도 실렸다. 시와 글쓰기, 상실과 애도에 대한 생각을 따로 묶어 시편에서 이어진 질문을 다른 형식으로 확장한다.

변윤제는 2025 송수권시문학상 올해의 젊은 시인상을 받았다. 이번 시집은 등단 이후 이어 온 시 세계를 다시 정리하면서도 상실 뒤에 남는 몸의 감각과 언어의 한계를 더 앞세운다.

△ '다들 시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변윤제 지음/ 182쪽

'다들 시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는 슬픔을 설명하는 대신 냄새와 기척, 곡물의 온기 같은 감각으로 상실 이후의 마음을 더듬는다. 변윤제 시인은 인간만이 슬픔을 독점하지 않는 세계를 따라가며 시와 애도가 어떻게 몸의 언어가 되는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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