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의 굴레에서 여성의 투쟁으로…석유·독재·혁명 지나며 커지는 가족 서사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10일, 오전 09:01

'재규어의 꿈'은 베네수엘라를 배경으로 세대를 가로지르는 가족사를 따라가며 폭력과 혁명, 이주와 기억의 시간을 엮는다. 저자 미겔 본푸아는 안토니오와 아나 마리아, 베네수엘라, 크리스토발로 이어지는 3대의 삶에 마술적 리얼리즘을 겹쳐 한 나라의 현대사를 소설로 다시 쓴다.

'재규어의 꿈'은 베네수엘라를 배경으로 세대를 가로지르는 가족사를 따라가며 폭력과 혁명, 이주와 기억의 시간을 엮는다. 저자 미겔 본푸아는 안토니오와 아나 마리아, 베네수엘라, 크리스토발로 이어지는 3대의 삶에 마술적 리얼리즘을 겹쳐 한 나라의 현대사를 소설로 다시 쓴다.

소설은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안토니오와 시대의 편견에 맞선 아나 마리아를 앞세워, 개인의 생존이 어떻게 가족의 역사로 이어지는지부터 밀고 나간다. 거리의 부랑아로 내몰릴 운명과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던 자리라는 장벽이 겹치며 첫 세대의 삶은 곧 사회적 폭력이었다.

안토니오는 밑바닥 삶을 지나 전설적인 외과 의사로 올라서고, 아나 마리아는 의학을 위한 싸움과 여성을 위한 싸움을 함께 짊어진다. 두 사람의 딸 베네수엘라는 대양을 건너 유럽으로 향하고, 그의 아들 크리스토발은 다시 어머니의 나라로 돌아와 이 가족의 시간을 기록한다. 네 인물의 궤적이 한 줄기로 이어지면서 가족 연대기와 국가 서사가 한 몸처럼 겹친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특정 인물의 성공담보다 그들을 둘러싼 환경의 압박과 탈주를 함께 보여준다. 안토니오가 딸에게 남기는 말, 시나가 들려주는 재규어의 비유는 이 가족이 길들여지지 않는 존재로 남으려는 의지를 압축한다. 제목의 '재규어'는 혈통의 상징이면서도 각자의 삶을 밀어낸 힘으로 읽힌다.

소설의 배경은 베네수엘라의 도시 마라카이보다. 소설은 석유의 발견과 연이은 독재정치, 투쟁과 혁명, 그 실패의 과정을 가로지르며 인물들의 삶을 흔든 사건들을 세대별로 배치한다. 역사적 사실과 자전적 요소를 한데 묶는 방식 덕분에 가족사는 사적인 회고에 머물지 않고 한 사회의 격랑을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여기에 유령과 샤머니즘, 환상이 끼어드는 마술적 리얼리즘이 더해진다. 망고나무에서 내려오는 여인, 현실과 겹쳐지는 기이한 장면들은 역사를 장식하는 장치가 아니라 인물들이 견딘 세계의 감각을 키운다. 폭력과 용기, 사랑과 상실이 같은 장면 안에서 맞물리며 서사의 밀도를 높인다.

크리스토발의 대목은 떠남과 귀환, 독서와 기록의 문제를 정면에 놓는다. 여러 도시와 언어를 지나도 책이 변하지 않았다는 감각, 마라카이보에 관한 소설을 쓰겠다는 말은 이 가족의 역사가 결국 쓰는 행위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마지막 세대의 기록은 앞선 세대가 몸으로 감당한 시간을 문장으로 되돌려 세운다.

저자 미겔 본푸아는 베네수엘라인 어머니와 프랑스계 칠레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프랑스어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2009년 소르본 누벨 대학교 단편문학상 대상을 받았고, 2020년 '네 발 달린 법랑 욕조가 들은 기이하고 슬픈 이야기'로 2021년 프랑스 서점 대상을 받았다. '재규어의 꿈'은 2024년 페미나상과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함께 받으며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 '재규어의 꿈'/ 미겔 본푸아 지음/ 윤진 옮김/ 392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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