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림’의 이야기는 2010년 브라질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실화가 소재다. 당시 대회에서 한국팀은 11전 1승 10패를 기록했지만 관객들의 압도적인 응원을 받았다. 외국 관객들이 “코리아, 코리아”를 외치는 뭉클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유는 우승이 아니라 부상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뛰고 또 뛴 선수들의 열정에 대한 열광이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이 대회의 의미를 가장 잘 살렸다는 이유로 2010 홈리스 월드컵 최우수 신인팀상을 수상했다.
이 실제 이야기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우리 사회도 ‘홈리스 월드컵’같은 밀려난 이들이 새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승자 독식 사회는 그렇게 1등만을 세우고 나머지는 지워버린다.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해 완벽한 패배를 기록했지만 인간 승리의 감동을 안긴 그들의 스토리는 승자만이 사회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들의 스토리가 영화로도 제작돼 많은 관객의 공감을 얻지 않았던가.
최근 개봉한 영화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 차트 1위를 기록했지만 표절 의혹 한 방으로 나락 간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무대에 설 기회를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도 한국 사회에서 한 번 밀려난 이들이 다시 설 수 있는 무대를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가 느껴진다. 코미디로 그려지긴 했지만 지방공연의 무대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무대에 오르는 이들의 절실함은 웃음 뒤에 짠한 현실의 씁쓸함을 남긴다.
어쩌다 한국 사회는 1등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돼버렸을까. 꼭짓점의 꼭대기에 선 1인만이 기억되고 나머지는 잊히는 풍경은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만의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몇 년을 치열하게 쓰고 회의하고 다시 쓰는 과정을 거듭하던 작품도 한 번 엎어지면 다시 설 기회를 잃고 버려지는 현실이 그것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콘텐츠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 콘텐츠들은 살아남은 1등들뿐이고 그 뒤에 포진한 2등들은 아예 설 자리를 잃어버리는 시대. 과연 이런 광경을 두고 K콘텐츠 운운할 수 있을까.
정부가 지원하는 콘텐츠 공모 사업을 들여다봐도 이러한 승자독식의 시스템이 엿보인다. 당선된 해에 성과를 내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공모의 요강을 염두에 두고 보면 이러한 공모 사업들은 사실상 이미 자리를 잡은 제작사들만의 것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작품 하나를 기획해 실제 제작하는 데 1년 넘는 시간이 훌쩍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니 이미 정해진 순서대로 반복적으로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대형 제작사들만이 이러한 공모 사업의 실질적인 수혜자가 될 수밖에 없다. 공모를 염두에 두고 기획해서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기획해서 제작하는 작품을 공모에 올려보는 정도인 것이다. 그러니 공모에서 떨어져도 대형 제작사들은 해당 작품을 제작하지만 그렇지 못한 제작사들은 제작을 포기하기도 한다.
어째서 우리는 1등이 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기회를 마련하지 못하는 것일까. 한번 미끄러졌다고 다시 뛸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지 않는 사회는 과연 온당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각종 공모에서 1등을 한 이들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떨어진 이들을 위한 재기의 발판 또한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다못해 공모 낙선작들을 그냥 버릴 게 아니라 인큐베이팅 하는 시스템을 고안하는 식의 생각들을 왜 시도조차 하지 않을까. 도대체 왜 그럴까. 1등보다 더 많은 다수가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이 사회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