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지폐에서 시작된 파나마의 혼란…세사르 아이라의 대표작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11일, 오전 09:01

'바라모'는 1920년대 파나마 콜론을 무대로 위조지폐를 받은 공무원의 하루를 따라가며 우연과 음모, 사회적 무질서가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밀어 올리는지 짚는다.
'
바라모'는 1920년대 파나마 콜론을 무대로 위조지폐를 받은 공무원의 하루를 따라가며 우연과 음모, 사회적 무질서가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밀어 올리는지 짚는다.

저자 세사르 아이라는 이 혼란을 따라가며 '문학의 탄생'이라는 메타텍스트적 질문과 블랙 코미디를 한 서사 안에 겹쳐 놓는다.

주인공 바라모는 두 대양을 잇는 운하 건설을 둘러싼 혼란 속에서 홀어머니를 돌보며 살아간다. 그가 월급으로 받은 돈이 위조지폐라는 사실은 생계의 문제이자 서사의 출발점이 된다. 작은 동물을 박제하는 일 외에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인물이라는 설정도 이후 사건의 불안과 아이러니를 키운다.

바라모는 위조지폐를 진짜 화폐로 바꾸려 하지만 상황은 점점 통제 밖으로 번진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문제를 풀려는 그의 움직임은 오히려 더 크고 기이한 사건으로 이어진다. 평범한 개인의 생존 문제가 사회 전체의 혼란과 맞물리는 구조다.

소설은 그 과정에서 부패한 정부의 만행과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파나마의 분위기를 드러낸다. 주인공이 마주하는 음모와 전복의 기류는 한 개인의 해프닝에 머물지 않는다. 질서가 무너진 사회에서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묻는 질문도 함께 커진다.

아이라는 "오로지 사실만이 중요했다"는 문장을 앞세워 의도와 허구, 현실의 경계를 밀어붙인다. 원문에 실린 다른 대목에서는 범죄를 각자의 이익을 챙기는 자연스러운 행태로 규정하며 자본주의 사회의 공기를 노출한다. 현실을 좇는 문장과 비약하는 서사가 맞부딪히는 이유다.

'바라모'는 세사르 아이라 특유의 '연속적 글쓰기'와 '앞으로의 도주'라는 집필 원칙이 응축된 작품으로 제시된다. 일단 쓴 내용을 퇴고하지 않는 방식, 플롯의 한계에서 초현실적 비약을 택하는 방식이 이 작품의 전개와 맞물린다. 위조지폐 사건이 뜻밖의 전환을 거쳐 주인공을 라틴아메리카 최고의 시인으로 밀어 올리는 흐름도 그 연장선에 놓인다.

민음사는 이 작품을 세계문학전집 496번으로 묶었다. 책은 2002년 출간작으로, 120쪽 분량 안에 우연성의 서사와 사회 풍자, 메타텍스트적 문제의식을 압축했다. 목차는 '바라모', 작품 해설, 작가 연보로 구성됐다.

세사르 아이라는 소설가이자 수필가, 번역가로 활동하며 100여 편의 작품 세계를 쌓아온 작가다. 보르헤스의 지적 유희와 코르타사르의 상상력을 잇는 한편 독자적 기법으로 현대 소설의 문법을 바꿔온 작가다.

△ '바라모'/ 세사르 아이라 지음/ 권미선 옮김/ 120쪽

art@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