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사과'에서 '유리천장'까지, 말의 맥락을 읽다…'강준만'표 새 국어사전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11일, 오전 09:01

'문해력을 위한 교양국어사전'은 '심심한 사과'와 '사흘', '금일' 같은 말을 둘러싼 혼선을 출발점으로 삼아 단어 속에 쌓인 한국 사회의 감각과 문화를 짚는다.

'문해력을 위한 교양국어사전'은 '심심한 사과'와 '사흘', '금일' 같은 말을 둘러싼 혼선을 출발점으로 삼아 단어 속에 쌓인 한국 사회의 감각과 문화를 짚는다. 저자 강준만은 뜻풀이를 넘어 역사, 정치, 미디어, 생활문화를 엮으며 문해력 논란을 소통의 문제로 넓혀 읽는다.

저자는 같은 문장을 두고도 서로 다른 뜻을 읽어낸다. '심심한 사과', '사흘', '금일'처럼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말을 앞세워 어휘 혼선이 왜 곧바로 감정의 충돌로 번지는지 좇는다. 문해력을 단순한 어휘력 부족이 아니라 맥락을 읽고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으로 돌려세우는 방식이다.

책은 기존 국어사전처럼 단어 뜻만 정리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언론이 '강우량'보다 '강수량'을 쓰는 까닭, '쌍팔년도'가 가리키는 시대 감각, '영수회담'에 밴 정치 문화를 함께 끌어와 말의 배경을 넓힌다. 익숙한 표현 하나가 사회와 문화, 역사와 정치로 이어지는 통로가 된다.

표제어의 범위도 넓다. '가는 날이 장날', '계륵', '단말마' 같은 오래된 표현부터 '답정너', '도파민', '유리천장', '키오스크', '텍스트 힙' 같은 최근의 말까지 한 권에 묶였다. 고전적 어휘와 신조어를 나란히 놓아 시대별 언어 감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준다.

각 표제어는 국어 지식을 확인하는 칸에 머물지 않고 작은 사회 읽기로 번진다. '가시고기'에서는 부성애와 세습 문제를, '각주'에서는 지식 문화와 권위의 역사를, '간담이 서늘하다'에서는 동양 의학과 감정의 관계를 끌어낸다. 단어 하나를 통해 당대의 생활문화와 심리를 함께 읽게 하는 구성이 책의 중심축이다.

이런 배열은 사전의 정확성과 칼럼의 속도, 인문서의 문제의식을 한데 묶는다. 필요한 표현만 찾아 읽어도 되지만 앞에서 뒤로 넘기며 읽을수록 서로 다른 표제어가 한 시대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뜻을 확인하려 펼쳤다가 사례와 맥락을 따라가게 만드는 읽기 흐름이 살아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짧은 문장과 자극적인 표현이 빠르게 퍼지는 현실도 책의 바탕에 놓였다. 저자는 문해력 논란을 정보 처리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맥락을 읽는 힘, 곧 서로의 말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문제로 바라본다. '우천 시'나 '중식' 같은 표현을 둘러싼 혼선도 결국 언어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의 문제로 모인다.

강준만은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를 가로지르는 저술을 이어왔다. 인물 비평과 한국 사회 분석으로 널리 알려진 그의 관심사가 이번에는 단어와 표현의 층위로 옮겨왔다.

△ 문해력을 위한 교양국어사전/ 강준만 지음/ 6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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