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1년 완성·18.9톤…성덕대왕신종, 에밀레종 너머 신라 권력의 소리를 읽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11일, 오전 09:01

'성덕대왕신종'은 에밀레종으로 불려온 거대한 종의 구조와 울림, 그 뒤에 놓인 신라 왕권의 의도를 함께 파고든다

'성덕대왕신종'은 에밀레종으로 불려 온 거대한 종의 구조와 울림, 그 뒤에 놓인 신라 왕권의 의도를 함께 파고든다. 저자 윤선태는 771년 완성 뒤 1300년에 가까운 세월을 버틴 이 종을 따라 기술과 전설, 정치의 층위를 겹쳐 읽는다.

이 책은 신라인들이 왜 그토록 크고 신비로운 종을 만들었는지, 도성을 채우던 소리에 어떤 뜻을 실었는지부터 묻는다. 종의 구조와 소리의 비밀, '에밀레 전설'의 진실, 국가 권력과 성덕대왕신종의 관계를 한 축으로 묶어 종 한 점에 축적된 의미를 좇는다.

771년 완성된 성덕대왕신종은 몽골의 침략과 수해, 큰 화재를 비껴가며 원형을 지켰다. 봉덕사 종루가 무너진 뒤 풀밭에 방치된 시기와 조선의 구리 공출 대상이 될 뻔한 순간도 있었다. 책은 세종의 특별 왕지와 영묘사 화재 직전의 이동 같은 장면을 따라가며 이 대종이 오늘까지 살아남은 경로를 복원한다.

저자는 생존사를 기적으로만 묶지 않는다. 땅에 떨어진 종 위로 아이들이 올라타고 소가 뿔을 갈았다는 기록까지 끌어와, 훼손과 보호가 교차한 시간을 함께 보여준다. 성덕대왕신종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여러 시대의 판단과 선택을 거쳐 남은 물건으로 다시 읽힌다.

높이 3.75미터, 무게 18.9톤의 거대한 종이 어떤 감각과 설계로 완성됐는지도 책의 큰 축이다. 종을 치는 자리인 당좌의 위치, 위로 갈수록 얇아지는 몸체의 두께, 중국과 일본 범종에서 찾기 어렵다는 음통을 함께 살피며 신라 장인들의 경험과 직관을 짚는다. 하중 실험에서 새 침봉이 휘어졌다는 대목은 이 대종의 규모와 제작 난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책은 성덕대왕신종의 울림을 불교 의식의 도구에만 머물지 않게 본다. 종소리가 신분의 귀천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퍼진다는 인식이 부처의 가르침과 왕권의 안녕을 함께 각인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왕경 사방의 경계를 지키던 성전사원 체제와 경덕왕의 야망, 자연재해와 전염병으로 흔들린 신라 중대 후반기의 위기도 이 대종 안에 겹쳐 놓는다.

'에밀레종'이라는 이름이 먼저 떠오르는 익숙한 전설도 따로 떼지 않는다. 책은 전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굳어졌는지, 성덕대왕신종이라는 본래 이름과 어떤 간극을 낳았는지를 함께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웅장한 울림을 중심으로 펼쳐졌을 신라 왕경의 풍경도 기사문처럼 압축해 보여준다.

구성은 5개 장과 부록으로 짜였다. '천 년을 살아남은 대종의 기적', '감각으로 빚어낸 신라종의 비밀', '도성을 채우는 종소리와 절대 권력', '신라 중대의 빛과 그림자', '에밀레, 전설이 된 울림'을 거쳐 성덕대왕신종명 번역문과 용어 해설, 참고 문헌으로 이어진다. 국립경주박물관의 '신라 문화유산 시리즈' 가운데 한 권으로, 관람객이 꼽은 대표 문화유산을 다루는 흐름 안에 놓였다.

저자 윤선태는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며 고대 사회의 외부 문화 접촉과 수용, 동아시아 세계의 문화 교류를 연구해 왔다.

△ '성덕대왕신종'/ 윤선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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