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은 함께 입을 맞대면 눈앞의 대상을 삼킬 수 있는 자매를 앞세워 없애 버리고 싶은 마음이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파고든다. 전예진은 자매의 비밀과 성장의 시간을 겹쳐 놓으며 어린 시절의 충동이 거짓말과 책임의 문제로 번지는 과정을 따라간다.
'보글'은 함께 입을 맞대면 눈앞의 대상을 삼킬 수 있는 자매를 앞세워 없애 버리고 싶은 마음이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파고든다. 전예진은 자매의 비밀과 성장의 시간을 겹쳐 놓으며 어린 시절의 충동이 거짓말과 책임의 문제로 번지는 과정을 따라간다.
자매만 공유하는 기이한 신호와 몸의 변화가 소설을 끌고 간다. 손가락을 두드리거나 잡아당기면 둘은 입을 벌려 대상을 삼키고, 그 뒤에는 몸 어딘가에 '보글'이 돋아난다. 이 설정은 단순한 괴담이 아니라 감추려던 일이 다른 형태로 되돌아오는 구조를 먼저 세운다.
처음 삼키는 대상은 현수막과 단풍, 죽은 무당벌레처럼 작고 우연한 것들이다. 그러나 강아지 꼬리와 친구의 검지까지 삼키는 장면이 이어지면서 놀이였던 행동은 응징과 복수의 성격을 띤다. 없애 버리면 끝날 듯했던 대상이 오히려 더 큰 뒤탈을 남긴다는 점이 초반부터 분명해진다.
자매가 부르는 '보글'은 숨긴 비밀의 잔여물에 가깝다. 언니의 몸에서는 씨앗이 튀어나오고, '나'의 몸에서는 귀와 코, 입 같은 신체 일부가 붉은 돌기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감추고 없애려 할수록 흔적이 더 선명해지는 방식이 소설의 긴장을 끌고 간다.
이 긴장은 결국 사람 하나를 다 먹는 일로 치닫는다. 작품은 바셀린을 바르고 턱관절이 빠질 만큼 입을 벌리는 장면까지 밀어 붙이며 자매의 금기가 어디서 무너지는지 보여준다. "다시는, 다시는. 먹지 말자, 먹지 말자. 사람을, 사람은"이라는 다짐은 그 선을 넘은 뒤에야 나온다.
중반부의 무게는 삼킨 행위보다 그 뒤를 덮는 거짓말에서 커진다. 자매는 서로만 아는 일을 숨긴 채 맥도날드에서 시간을 점검하고, 쉼터 아이들에게 들려준 사연과 엄마 이야기를 되짚는다. 둘만의 비밀이 삶 전체를 다시 칠하는 방식이 관계의 균열을 드러낸다.
엄마와 할머니의 기억도 이 서사를 밀어 올린다. 할머니는 너무 어려서 아이를 어떻게든 키워 보려 했다고 말하고, 엄마는 자신이 세상에 그냥 나왔다고 했다는 대목이 이어진다. 자매의 비밀은 현재의 사건에만 머물지 않고 가족의 상처와 분리의 시간을 함께 끌어안는다.
엄마가 불러 줬다는 자장가는 소설의 정서를 압축한다. "우리 아가 살며시 눈 감고 자자, 얼른 자라 먹고 뱉고 얘기를 하자"로 이어지는 노랫말은 먹기와 뱉기, 말하기와 떠나기가 한 덩어리였던 자매의 시간을 되비춘다. 지우려던 것과 마주 보는 일이 결국 살아가는 문제라는 점도 여기서 선명해진다.
전예진은 201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소설집 '어느 날 거위가', 장편소설 '매점 지하 대피자들' 등을 써왔다.
△ '보글'/ 전예진 지음/ 172쪽
art@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