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록 ‘선물’(2024 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이 장면까진 아니어도 말이다. 혹시 이 인물, 이 배경이 낯설지 않다면 진정 ‘게임의 고수’일 거다. 2000년대 초반 MMORPG가 펼친 가상세계, 그중 ‘샤이닝로어’의 잔상을 끌어낸 것이라니까. ·
작가 권상록(35)은 디지털 ‘유적’을 소재로 작업한다. “데이터가 소실되고 그 이면에 남은 상실의 감각을 회화로 더듬어간다”는데. 영원할 거라 여기지만 끝내 사라져버리는 디지털 데이터의 속성이 개인의 기억까지 휘발한 그 지점을 찾아간다는 거다.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지금의 누군가에게 과거에 묻힌 가상의 시공간을 되돌려준다고 할까.
그렇다고 세세하게 데이터 속 인물·행위를 묘사하려 들지 않는다. 이젠 풍경이 돼버린, 그러니까 “주관이 관여하지 못하게 된 세계 속 풍경”을 꺼내놓을 뿐이라고 했다. ‘선물’(2024)은 그중 한 풍경이다. 선물은 꽃다발이 아닌 ‘존재’라는 것을 이렇게 에둘렀나 싶다.
6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6길 아트사이드갤러리서 곽지수·한의도와 여는 3인전 ‘토탈 리콜’(Total Recall)에서 볼 수 있다. 1990년대 동명 영화가 예견했던 상상력이 지금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현대인의 정체성으로 살핀 세 작가의 고민과 작업을 꺼냈다. 캔버스에 유채, 72×90㎝. 아트사이드갤러리 제공.
권상록 ‘같은 곳에서’(2026), 캔버스에 유채, 117×59㎝(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