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혁신의 상징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방한에서 남긴 것은 반도체 협력 논의만이 아니었다. 한국인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진한 ‘K푸드 먹방’이었다.
지난 5일 입국해 9일 출국하기까지 4박5일. 그의 일정표에는 AI와 반도체가 있었지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은 장면 상당수는 식탁 위에서 나왔다. 삼겹살과 소맥(소주+맥주), 냉면, 김치말이국수, 삼계탕, 그리고 치킨. 세계 AI 산업을 이끄는 CEO의 뜻밖의 먹방 행보가 연일 화제를 모았다.
젠슨 황(왼쪽 두 번째)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한 고깃집에서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 구광모(오른쪽) LG그룹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유독 강한 치킨 사랑이다. 방한 기간 동안 그가 찾은 치킨 브랜드만 BBQ와 깐부치킨. BBQ는 무려 두 차례 섭렵했다. 첫 번째는 삼겹살 식사 직후였다. 그는 서울 홍대 일대에서 식사를 마친 뒤 인근 BBQ 매장을 찾았다. 삼겹살을 먹고도 곧바로 치킨을 찾은 것이다.
두 번째는 더욱 화제가 됐다. 젠슨 황 CEO는 지난 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 시구 행사에 참석한 뒤 엔비디아 임직원들을 위해 BBQ 치킨 113인분을 주문했다. 야구와 치킨이라는 한국의 대표적인 관람 문화를 직접 즐기며 또 한 번 ‘치킨 사랑’을 인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7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2차 깐부 회동을 하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지난해 치킨 맛과 매장 분위기에 대한 만족감이 재방문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깐부치킨 관계자는 “일정이 계속 변동되는 상황이라 양해를 부탁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최 회장과 젠슨 황은 지난해 재벌 총수들이 앉았던 자리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당시 감탄했던 ‘식스팩 후라이드’와 치즈스틱을 또다시 주문했다. ‘젠슨 황 효과’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깐부치킨 측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래 단골 고객 비중이 높은 치킨 브랜드”라면서 “지난해 젠슨 황 방문 이후 새로운 고객 유입이 늘었고 외국인 방문객도 증가했다. 재방문 고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 회장이 7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치맥회동을 마친 뒤 남은 자리에 사인이 남겨져 있다. (사진=뉴시스).
돌이켜보면 그의 4박5일 식탁은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채워졌다. 삼겹살과 소맥, 냉면, 김치말이국수, 삼계탕, 치킨까지. 외국인 관광객 필수 코스를 넘어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음식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BBQ를 두 차례 찾고, 깐부치킨과 토속촌에서도 닭 요리를 즐긴 것을 감안하면 ‘1일 1닭’이라는 표현도 과장이 아니다.
글로벌 팬덤을 거느린 AI 스타의 한 끼 한 끼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타전되면서, K-푸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일거수일투족이 과하게 조명된다는 시선도 있지만, 세계 AI 산업을 이끄는 수장이 보여준 소탈한 반전 매력이 대중에게 신선한 재미를 준 것은 분명하다”라며 “그의 한 끼 한 끼가 글로벌 미디어를 타고 확산하면서 얻은 K-푸드 홍보 효과는 상상 그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 고깃집에서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겹살에 소맥(소주·맥주) 회동을 하며 시민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기 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왼쪽부터 이 의장, 구 회장, 젠슨 황 CEO, 최 회장. (사진=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