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서 나오고 싶다면 불안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15일, 오전 11:01

'자신의 불안과 싸우지 말것'은 불안을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삶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로 다시 읽는다. 저자 페터 베르는 공황과 건강염려를 겪은 자신의 경험에 불교 심리학과 마음챙김을 겹쳐 불안과 함께 사는 실천법을 짚는다.

'자신의 불안과 싸우지 말것'은 불안을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삶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로 다시 읽는다. 저자 페터 베르는 공황과 건강염려를 겪은 자신의 경험에 불교 심리학과 마음챙김을 겹쳐 불안과 함께 사는 실천법을 짚는다.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환경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본다.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배우지 못한 감정이 머릿속 이야기를 키우고, 그 이야기가 다시 몸의 공포를 자극하는 구조를 먼저 들여다본다. 저자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도 여기서 출발한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라는 물음은 불안을 없애는 법보다 삶의 방향을 먼저 묻는다.

저자는 대학 시절 찾아온 공황 발작을 처음에는 신체 이상으로 받아들였다. 숨이 막히는 증상에 응급실을 수십 차례 찾았지만 검사 결과는 늘 이상이 없었고, 대기업에 들어가 출세 가도를 달려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평생 겪은 공황 발작이 3000번은 넘었다는 고백은 이 책의 출발점을 이론보다 생존의 기록에 가깝게 만든다.

이 경험 위에 얹힌 첫 번째 축은 진화심리학과 인지과학이다. 불안은 제거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위험을 알리는 자연스러운 경보장치이며, 뇌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설명이 중심에 놓인다. 그래서 책은 감정 그 자체보다 생각과 사실을 분리하지 못하는 순간을 더 집요하게 추적한다.

두 번째 축은 불교의 사성제다. 고(苦)·집(集)·멸(滅)·도(道)의 흐름을 따라 불안의 원인을 알아차리고, 꼬리를 무는 욕망과 생각의 과잉을 끊어내는 과정이 이어진다. 저자가 강조하는 대목도 같다.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불안을 향해 먼저 걸어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책은 관념에 머물지 않으려 한다. '구명줄 질문', '감사 산책', '마음챙김 호흡'처럼 갑작스러운 공황이 닥쳤을 때나 잠들지 못하는 밤에 바로 써볼 수 있는 방법을 세분해 놓았다. 걱정거리를 앞두고 전전긍긍하는 순간에도 몸의 호흡과 감각을 다시 붙드는 방식이 반복해서 제시된다.

더 깊은 단계에서는 몸의 감각을 일부러 통과하는 훈련으로 나아간다. 회전의자에서 어지럼증을 경험하며 공황과 비슷한 감각을 허락하는 '두뇌 림프계 훈련법', 편도체의 경보를 알아차리고 몸 안의 시간과 공간을 느끼는 '감정 해방 과정'이 대표적이다. 불안을 억누르거나 약물로만 통제하는 데 머물지 않고 감정이 움직이는 경로를 끝까지 따라가 보려는 시도다.

이 과정의 끝에서 저자는 시간과 공간의 감각이 사라지고 자신과 세계가 하나가 되는 체험을 말한다. 책은 그 순간을 단순한 신비 체험으로 꾸미지 않고, 삶을 피하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연결한다. 마음챙김이 유행어가 아니라 일상의 태도와 선택을 바꾸는 실천이라는 점도 이 대목에서 분명해진다.

페터 베르는 심리학자이자 명상 코치로 독일에서 마음챙김 아카데미를 운영해왔다. 번역은 연세대 독어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학술교류처 장학생으로 공부한 장혜경이 맡았다. 이 책이 끝내 붙드는 질문은 불안이 없는 삶이 아니라, 불안 속에서도 삶을 피하지 않고 어떤 방향으로 걸어갈 것인가에 가깝다.

△ '자신의 불안과 싸우지 말것'/ 페터 베르 지음/ 장혜경 옮김/ 328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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