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어떻게 무너지는가'는 2020년대 들어 급격히 흔들리는 미국 패권과 그 여파로 재편되는 세계 질서를 분석한 책이다. 24년 차 KBS 기자이자 전 워싱턴 특파원인 이정민은 미국이 더 이상 과거의 미국이 아니며, 한국도 달라진 동맹의 조건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의 부제는 '흔들리는 제국의 초상'이다. 저자는 도널드 트럼프 개인보다 그를 두 번 선택한 미국 사회의 변화가 더 본질적인 문제라고 판단했다.
책은 모두 4부 10장으로 짜였다. 1부 '패권의 끝자락에서'는 엘브리지 콜비와의 만남,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미국이 더 이상 손쉬운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현실을 짚는다.
저자는 미국이 과거처럼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며 자유민주주의의 규범과 세계 무역 질서를 전파하던 국가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동맹도 가치와 신뢰보다 국익과 비용을 따지는 거래적 관계로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다.
2부 '균열의 제국'은 미국의 경제와 국방을 다룬다. 저자는 '천조국'이라는 별칭 뒤에 가려진 재정 부담과 국방 생산력의 약점을 들여다본다. 그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조선업이 미국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 카드로 등장한다. 저자는 한국의 조선업이 미국의 강점을 보완해서가 아니라 약점을 채웠기 때문에 협상 카드가 될 수 있었다고 본다.
3부 '벼랑 끝 경쟁자, 중국'은 미국이 비운 공간을 중국이 어떻게 채우는지를 살핀다.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과 달리 최소한의 개입으로 핵심 이익을 선별적으로 확보하려 했고, 중남미와 에너지, 항만, 철도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넓혔다.
저자는 미국이 세계 전체를 관리하기보다 본토와 서반구를 중심으로 방어선을 재구성하는 '반구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과의 장기 경쟁은 미국 외교 전략의 중심축이 됐다.
중동 문제도 미국 패권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다뤄진다. 저자는 미국이 개입 부담을 줄이려는 선택을 했지만, 제한적 개입은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자극하고 관리해야 할 변수를 늘릴 수 있다고 본다.
4부 '가본 적 없는 길'은 미국 내부의 좌절과 분노, 빅테크와 암호화폐를 통한 마지막 승부수를 다룬다. 아메리칸드림의 약화, 이민과 물가, 중산층 붕괴에 대한 불안은 미국 사회의 정치적 선택을 바꾼 배경으로 제시된다.
한국은 무엇으로 협상할 것인가는 저자가 물어 늘어진 주제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의 변화가 한국에 중대한 도전이라고 본다. 오래도록 한미동맹에 안보를 의존했고, 미국 시장과 무역 질서에 기대 온 한국에는 동맹의 성격 변화가 국가 전략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병목을 채울 때 '있으면 좋은 나라'가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조선업과 제조업, 기술 경쟁력이 그 협상 공간을 넓히는 카드다.
책에는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 엘브리지 콜비, 우크라이나 전 총리 올렉시 혼차루크, 러시아 망명 외교관 보리스 본다레프 등 주요 인사들과의 인터뷰도 담겼다. 저자는 400개가 넘는 참고문헌과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미국 안팎의 문제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분석한다.
이 책은 미국발 이슈를 개별 사건으로 소비하기보다 미국이라는 사회경제적 구조를 긴 안목으로 읽자고 제안한다. 한미동맹의 기반 위에서 성장한 한국이 바뀐 세계 질서 속에서 어떤 전략으로 미국을 상대해야 하는지를 묻는 미국론이다.
이정민은 2008년 북핵 6자회담 취재를 시작으로 국제 분야를 오래 취재했다. 2021년부터 3년간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하며 미·중 갈등, 아프가니스탄 철군,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을 지켜봤다.
△ 미국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이정민 지음/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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