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윤지충, 권상연, 윤지헌의 유해
국가유산청이 전북 완주군 '완주 남계리 유적'을 국가지정유산 사적으로 지정 예고했다. 신해박해와 신유박해 때 순교한 윤지충·권상연·윤지헌의 묘역으로 국내 천주교 도입 초기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국가유산청은 17일부터 30일 동안 지정 예고 의견을 받는다. 예고 대상은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 169-65 일대 610㎡로, 관리단체는 전주교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다.
이 유적은 1791년 신해박해 때 순교한 윤지충과 권상연,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한 윤지헌의 유해와 관련 유물이 나온 묘역이다. 조선 후기 천주교가 학문 차원을 넘어 신앙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보여주는 현장이라는 점이 지정 예고의 핵심 근거다.
완주 남계리 유적 지정 구역 항공사진
남계리 일대는 오래전부터 천주교 관련 묘지가 있다는 구전이 전해졌다. 2021년 3월 천주교 전주교구가 무연고 무덤 이장 작업을 진행하던 중 묘역이 확인됐다.
이후 정밀 발굴조사에서는 피장자의 이름과 출생연대 등을 적은 백자사발 묵서명 지석이 나왔다. 수습 유해 분석과 유전자 검사 결과를 더해 윤지충·권상연·윤지헌의 묘임이 분명해졌다.
발굴조사에서는 모두 21기의 분묘가 확인됐다. 묘역은 세 차례에 걸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봉분이 클수록 시기가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권상연묘(3호묘) 출토 백자사발지석
이는 10년 간격으로 일어난 신해박해와 신유박해의 핵심 순교자들이 먼저 묻히고, 이후 신앙공동체 구성원이 같은 공간에 추가로 매장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초기 천주교 공동체가 이어졌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남계리 유적은 한국 최초 천주교 순교자로 알려진 윤지충·권상연의 묘역이라는 상징성도 크다. 유해의 매장 방식과 입지, 부장 유물은 18세기 말 조선의 전통 장례문화와 천주교 장례 방식을 함께 살필 수 있는 자료가 된다.
국가유산청은 의견 수렴을 마친 뒤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적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초기 천주교 유입과 전개, 박해의 역사를 한 공간에서 보여주는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보존·관리 가치가 큰 유적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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