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당 160원, 요즘 오이 제철입니다[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18일, 오전 06:31

전호제 셰프

여름은 오이의 계절이다. 이른 더위에 많은 사람이 아이스커피나 달콤한 음료를 손에 쥐고 거리를 움직인다. 혹은 신상 과일주스나 탄산음료를 즐기기도 한다. 요즘 세상에 오이로 더위를 쫓는다는 건 현실적이진 않다. 더 달고 시원한 먹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이는 수분 함량이 95%로 얇은 껍질만 입은 작은 물통과 같다. 요즘 제철인 백다다기 오이는 50개 포장에 8000원 정도다. 1개에 160원 정도라고 하니 요즘 물가에 생수보다도 저렴하다.

예전 등산로에서는 오이를 파는 집들이 있었다. 김밥 한 줄에 오이 하나면 큰 준비 없이도 간단한 산행을 할 만했다. 정상에 올라 친구와 함께 오이를 나누며 산 아래 풍경을 보는 맛도 좋았다.

오이 양액재배.(진천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여름 산행에선 시원한 오이가 제격
일본 교토에서 유명한 신사를 보러 가는 길은 완만한 오르막의 연속이었다. 그 길 양쪽에 아기자기한 가게가 늘어서 있었다. 그중 한 곳은 오이절임을 꼬치에 끼워 팔고 있었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진한 녹색 오이는 일본식 감칠맛과 시원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생오이가 아닌 절임을 간식처럼 파는 발상이 새로웠다. 우리나라에서도 오이절임을 거리에서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오이를 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새로운 오이 요리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오이를 길거리 간식처럼 즐기던 교토
개인적으로 베트남 친구들의 오이 반찬은 꽤 맛있었다. 오이를 퉁퉁 쳐서 부수고 설탕을 훌훌 뿌린다. 베트남 액젓으로 간을 하고 새콤하게 식초를 두른다. 간마늘을 조금 넣고 여기에 잘게 부순 땅콩과 고수를 뿌려낸다. 자극적이지 않고 오이 자체의 향과 맛이 좋았다. 땅콩의 고소함과 고수 향이 뒤에 남는다.

또 오이 탕탕이라고 해서 중국식 오이 요리도 인기가 있다. 오이를 썰지 않고 비닐에 넣고 방망이로 부수듯이 잘라내서 이런 별칭이 생겼다. 이렇게 부서진 오이를 소금, 설탕에 절인 후 식초, 참기름, 볶은 깨를 뿌려 먹는다. 또 고추기름을 넣고 새콤하게 무쳐낸 중국식 오이 요리도 인기가 있다.

오이를 부숴서 만드는 새콤한 요리
미국에서 유명한 샌드위치집에 가면 손가락만 한 오이피클을 곁들임으로 먹는다. 시거나 달지 않고 심심하며 딜(Dill)향이 나는 맛이었다. 바비큐 샌드위치 한입에 이 오이피클 하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나라의 오이 요리 중에 오이선이란 음식도 있다. 오이를 소금에 절여 칼집을 내고 계란 지단과 버섯을 칼집 틈으로 넣어준다. 그 위에 새콤한 촛물을 곁들여 준다. 보기도 예쁘고 푹 절여지지 않은 간식처럼 먹기에 좋은 음식이다. 한국적인 피클로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의 오이선은 한국식 피클
하림 더미식 사천자장면. © 뉴스1 이형진 기자

사실 오이는 호불호가 많은 음식이기도 하다. 콩국수, 샌드위치, 자장면, 냉면 등에 오이 고명이 오르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하나둘씩 빠지기 시작했다. 오이에 불호인 사람들이 많아지면 공통의 재료에서 선택으로 바꾸기 마련이다.

다만 서울시민의 식사를 조사해 보니 전체의 17% 정도가 채식을 한다고 한다. 2022년의 5%와 비교해 보면 상당히 많은 사람이 식사 패턴을 바꾸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특히 아침저녁으로 여름 더위에 오이만 한 야채가 드물다. 냉장고에 넣어 뒀다가 먹으면 얼음물 마시는 것 못지않다. 채식 횟수를 늘려 보고 싶은 분이라면 오이는 가장 경제적이고 편한 출발점이 될 것 같다. 뜨거운 야외활동을 하는 날에 시원한 오이 하나 챙겨보면 어떨까.

opinion@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