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자문위원이 현장을 알아야 하는 이유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18일, 오전 07:00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지난 5일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 문학분과 3차 회의는 웃으면서 시작했다. 위원장 은희경 소설가가 급히 빈자리를 찾다가 장관석에 앉았기 때문이다. "장관하세요"라고 자문위원들이 농을 던졌지만, 회의가 열리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은 위원장은 "문예지가 작가의 데뷔와 발표의 기반"이라며 "작가에게 더 많은 지면을 줄 수 있도록 문예지에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의 절실한 맥점을 짚은 이 장면은 자문위의 존재 이유를 잘 보여준다.

현장을 아는 사람이 들어오면 회의의 언어가 달라진다. 장관 직속기구인 자문위는 문학, 연극, 영화·영상, 게임, 웹툰, 출판 등 9개 분과 90명으로 출범했다. 형식적인 회의를 줄이고 현장 의견을 정책에 신속히 반영하겠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문예지 원고료와 공공대출권, 신작 희곡의 발굴, 애니메이션의 인공지능(AI) 대응, 웹툰 불법유통 같은 구체적 의제가 정책 테이블에 오른 데는 자문위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해선 안 된다. 과거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모였지만 아직 밀실이다. 자문위원이 명망을 갖췄다고, 위촉장을 받았다고 곧바로 대표성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회의실에 들어온 몇 사람의 발언이 어느새 업계 전체의 목소리처럼 읽히기 시작하면 자문위는 정책 플랫폼이 아니라 민원 창구에 머물 수도 있다. 실제 회의때마다 배석해보니 구조적 과제보다 소속 협회나 개별적 이해관계에 가까운 요구가 앞서는 순간도 없지 않다.

자문위가 제 기능을 하려면 위원 개인의 식견만이 아니라, 그 식견을 현장 청취를 통해서 형성해야 한다. 핵심은 '사전 경청'이다. 자문위원은 회의실 안에서만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회의 전에 더 많은 현장을 만나고 들어오는 사람이어야 한다. 적어도 분과회의 전후로 분과별로 자문위원이 주도하는 공청회가 필요하다.

이 과정은 자문위원 개인의 성실성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문체부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분과회의 전에 현장 간담회나 서면 의견 수렴을 의무화하고, 회의 안건이 개인 의견인지 업계 다수의 문제의식인지 구분해 가져오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문위는 몇몇 유명 인사의 발언을 모아놓은 자리가 아니라, 현장 여론을 정책 언어로 번역하는 기구가 될 수 있다.

자문위의 성패는 회의 횟수나 위원 숫자보다, 위원들이 얼마나 넓고 깊게 현장을 듣고 오느냐에 달려 있다. 회의실 안의 발언보다 회의실 밖의 경청이 더 중요하다. 자문위가 진짜 정책 소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려면, 자문위원들이 더 자주 현장으로 나가도록 문체부가 먼저 길을 열어야 한다.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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