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민과 훈민 사이…세종과 훈민정음의 통념을 다시 묻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18일, 오전 09:01

'한글, 불편한 진실'은 세종이 만든 '백성을 위한 문자'라는 통념을 '서문'과 언해본, 여러 사료로 다시 읽는다. 저자 강명관은 한글 창제의 취지와 실제 사용 환경 사이의 간극, 그리고 민중보다 사족(士族)이 더 적극적으로 한글을 활용한 경로를 추적한다. 사족은 사대부의 친족(혈족)을 뜻한다.

'한글, 불편한 진실'은 세종이 만든 '백성을 위한 문자'라는 통념을 '서문'과 언해본, 여러 사료로 다시 읽는다.

저자 강명관은 한글 창제의 취지와 실제 사용 환경 사이의 간극, 그리고 민중보다 사족(士族)이 더 적극적으로 한글을 활용한 경로를 추적한다. 사족은 사대부의 친족(혈족)을 뜻한다.

저자는 먼저 세종이 말한 '어리석은 백성'이 실제로 누구였는지 되묻는다. 농민과 노비, 여성 다수에게 읽기와 쓰기를 익힐 시간과 비용, 도구가 있었는지 따지면서 한글이 곧바로 민중의 일상으로 들어갔다는 통념을 흔든다.

핵심 쟁점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말할 수 있는 조건이었는지에 맞춰진다. 세종이 한글 창제 이전 부민고소법을 폐지하고 부민고소금지법을 두면서 백성의 언로를 막았다는 대목은, 애민과 훈민이 같은 방향이었는지 다시 보게 한다.

한글 보급의 실제 조건도 촘촘히 짚는다. 1443년 12월 창제 뒤 서리 10명을 뽑아 한글을 가르친 사례가 보이지만, 민중에게 사용법을 널리 알리고 익히게 한 제도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본다. 해례본의 인쇄와 책판 기록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넓은 보급이 이뤄졌는지 묻는 근거로 제시한다.

왕실과 궁궐, 관부에서 한글 문서와 언해가 이어졌다는 사실도 다른 결론으로 연결한다. 불경과 농서, 의서, 경서 언해가 있었더라도 그것이 곧 민중의 읽기 환경을 뜻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복종과 교화를 앞세운 '훈민'의 성격이 짙었다는 문제의식이다.

핵심은 한글의 최대 수혜층이 민중이 아니라 사족이었다는 주장이다. 아동기 사족의 한자 학습, 경서 언해, 1586년 완성된 '언해소학' 수백 부 인쇄 같은 사례를 통해 한글이 지배층의 학습과 독서에 더 적극적으로 쓰였던 흐름을 좇는다.

구성은 '쟁점과 시각'에서 출발해 세종의 '서문'을 새로 읽고, 민중과 한글의 거리, 사족과 지배계급의 사용 양상으로 나아간다. 마지막 장 '불편한 진실'과 보론에서는 한국 문법으로 다시 읽은 '서문', 부민고소법의 이후 행방까지 묶어 앞선 논의를 되짚는다.

강명관은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명예교수다. 조선 중기 여항인의 역사와 문학을 연구해 한문학의 지평을 넓혀왔고, '노비와 쇠고기', '홍대용 평전' 등을 펴냈다.

이 책이 남기는 질문은 한글의 우수성을 부정하느냐가 아니라 그 문자가 누구의 삶에서 어떻게 쓰였느냐에 가깝다. 세종과 한글을 둘러싼 자부심 바깥에서 창제의 취지와 사용의 현실을 함께 보자고 요구하는 문제제기다.

△ '한글, 불편한 진실'/ 강명관 지음/ 404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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