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즈상, 천재가 아닌 사람들의 수학 분투기'는 필즈상 수상자들을 교과서 속 천재가 아니라 질문과 실패를 붙든 사람들로 다시 그린다. 저자 오미진은 허준이와 그리고리 페렐만 등의 사례를 따라가며 수학이 추천 알고리즘과 암호, 우주 궤도까지 이어지는 언어임을 짚는다.
'필즈상, 천재가 아닌 사람들의 수학 분투기'는 필즈상 수상자들을 교과서 속 천재가 아니라 질문과 실패를 붙든 사람들로 다시 그린다. 저자 오미진은 허준이와 그리고리 페렐만 등의 사례를 따라가며 수학이 추천 알고리즘과 암호, 우주 궤도까지 이어지는 언어임을 짚는다.
필즈상은 4년마다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여되며 수상 연도 1월 1일 기준 만 40세 미만만 받을 수 있다. 책은 이 상을 통해 정답을 빨리 맞히는 능력보다 질문을 오래 붙드는 태도를 앞세운다.
수학을 낯선 기호와 공식의 암기 과목으로만 받아들였던 독자에게도 초점은 분명하다. '왜 이렇게 되는 걸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같은 질문이 수학의 출발점이며, 필즈상 수상자들도 그 질문 앞에서 실패와 방황을 겪은 사람들로 그려진다.
허준이 교수의 경로는 그 흐름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한때 스스로를 수학을 포기한 학생으로 불렀고 시를 쓰고 싶어 했던 그는 물리학을 전공하다 뒤늦게 수학으로 들어왔다. 책은 조합론과 대수기하학을 잇는 연구까지 이 여정을 따라가며 수포자라는 이름표가 운명이 아니라는 점을 짚는다.
그리고리 페렐만의 이야기는 다른 결을 만든다. 그는 100년 넘게 풀리지 않던 '푸앵카레 추측'을 7년 동안 거의 외부와 단절된 채 파고들었고, 증명은 학술지가 아니라 인터넷 아카이브에 올렸다. 필즈상과 100만 달러 상금을 모두 거절한 선택은 수학적 진실과 명예, 보상의 관계를 다시 묻게 한다.
저자는 필즈상을 둘러싼 상징도 함께 풀어낸다. 메달 앞면의 아르키메데스 얼굴과 라틴어 문구, 지름 63.5mm와 무게 169그램 같은 물성은 이 상이 계산 능력만 겨루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과 맞물린다. 상금이 약 1만5000 캐나다 달러에 그쳐도 수학자들이 이 메달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는다.
수학이 지금의 삶과 멀지 않다는 설명은 후반부에서 넓어진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인터넷 암호 체계, 화성 탐사선의 궤도 계산, 챗GPT의 언어 처리까지 서로 다른 장면을 한 줄로 잇는다. 선형대수학과 확률론, 정수론, 미분방정식, 고차원 벡터 공간의 기하학이 일상 기술의 바닥을 이룬다는 식이다.
구체 사례도 덧댄다. 1994년 수상자 장피에르 세르의 대수기하학 연구는 현대 암호학의 기초로, 2010년 수상자 세드리크 빌라니의 최적 수송 이론은 물류 최적화와 머신러닝 응용으로 이어진다. 오미진은 과학교육을 전공했고 리틀슈타인 대표를 거쳐 현재 M&S Academy 대표로 일하고 있다.
마지막에는 성적이나 재능보다 호기심과 끈기, 즐기는 마음을 더 앞에 둔다. 수학 앞에서 모른다고 인정하고 다시 질문하는 태도가 필즈상 수상자들의 정신과 닿아 있다는 메시지다. 수학을 포기했다고 여긴 독자에게도 이 책이 남기는 핵심은 정답보다 질문을 붙드는 습관이다.
△ '필즈상, 천재가 아닌 사람들의 수학 분투기'/ 오미진 지음/ 2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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