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분식 실천시민대회, 1972-08-02 (출처: 서울기록원)
1978년 6월 19일, 대한민국 식탁을 10년 넘게 구속해 온 국가적 식생활 통제 정책이 막을 내렸다. 정부가 이날을 기해 '혼·분식 장려정책'을 공식 폐지하면서 국민은 마침내 제약 없이 흰쌀밥을 지어 먹을 수 있는 온전한 식사 선택권을 되찾았다.
이 정책은 전후 만성적인 쌀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1967년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정부는 쌀 소비를 줄이고 농가 부담을 덜겠다는 명목으로 국민에게 보리나 콩을 섞은 ‘혼식’과 밀가루 음식을 먹는 '분식'을 강력히 권장, 사실상 강제하기 시작했다.
정책의 강제성은 일상 전반을 압박했다. 대표적으로 전국 모든 학교에서는 매일 아침 '도시락 검사'가 시행됐다. 보리나 조 등 잡곡이 최소 20~25% 이상 섞이지 않은 순도 100%의 흰쌀밥 도시락을 싸 온 학생들은 교사에게 벌을 받아야 했다. 일반 음식점 역시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을 '분식의 날'(무미일, 無米日)로 지정받아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쌀로 만든 음식을 판매할 수 없었다. 또한 모든 식당은 밥을 지을 때 무조건 잡곡을 25% 이상 혼합해야 했으며, 이를 어기면 영업정지 등 엄중한 행정처분을 받았다.
정부의 대대적인 맹신과 규제 속에 라면과 국수 등 분식 산업이 급성장했다. '보리밥이 건강에 좋다'는 식의 관제 홍보가 대대적으로 확산하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가 전국의 논에 성공적으로 보급되면서 상황은 급격히 반전됐다. 1977년 대한민국은 사상 최초로 쌀 생산량 4000만 석을 돌파하며 만성적인 쌀 부족 국가에서 탈피, 마침내 쌀 자급자족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창고에 쌀이 넘쳐나자 잡곡과 밀가루를 강요할 명분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정부의 공식 폐지 선언으로 식당의 혼식 의무와 무미일 규제, 학교의 도시락 검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국가가 개인의 식탁과 입맛까지 철저히 통제하던 전근대적 병영 문화가 종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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