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치킨 시켰습니다”…평일 오전 월드컵이 만든 '오피스 응원'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6월 19일, 오전 07:44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부장님, 치킨 시켰습니다.”

월드컵이 열리는 19일 평일 아침, 직장인들의 출근길 화두는 ‘멕시코전’과 ‘아점(아침 겸 점심) 메뉴’다. 이날 오전 10시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조별리그 2차전인 멕시코전을 앞두고 외식·급식업계가 다시 한번 월드컵 특수 잡기에 나섰다.

당초 한국 시간으로 평일 오전(10~11시)에 경기가 열려 ‘월드컵 특수’가 실종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었으나, 지난 1차전(체코전) 승리 이후 분위기가 180도 뒤집혔다. 과거 늦은 밤 치맥(치킨과 맥주)를 즐기며 집관하는 대신 오전 회사 회의실과 구내식당, 회사 인근 치킨집에서 시차 장벽을 뛰어넘어 함께 경기를 보는 ‘사내 응원전’이 새로운 월드컵 풍경으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와이셔츠를 입은 시민들이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를 대형 미디어월로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스1).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멕시코전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급식업계다. 경기 시간이 직장인 근무 시간과 점심 식사대가 맞물리자, 구내식당을 단순한 식사 공간이 아닌 ‘응원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최근 단체급식 수주 경쟁에서 ‘이용자 만족도’가 핵심 지표로 떠오르자, 이번 멕시코전을 차별화 기회로 삼은 것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사전에 희망 고객사 신청을 받아 구내식당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픽업용 특식을 운영하고, 일부 사업장에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사내 단체 관람 공간을 조성했다. 회사측은 이달 약 250여개 사업장에 응원을 위한 특별메뉴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 역시 전국 150여개 사업장 구내식당에서 맞춤형 메뉴와 논알코올 음료를 제공하며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 CJ프레시웨이도 ‘코리안바베큐삼닭’, ‘승리의 닭고추장구이’ 등 월드컵 특식을 제공하고 9월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 관람권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삼성웰스토리 '아메리칸 BBQ 그릴 플래터'. (사진=삼성웰스토리 제공)
치킨업계도 분주하다. 체코전 당시 기대 이상의 매출 증가를 경험하면서 멕시코전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제너시스BBQ그룹은 경기 당일 주문 접수 시간을 평소보다 앞당긴 오전 8시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특히 직장인 밀집 지역 매장에는 단체 예약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BBQ 을지로입구점은 기업별 단체 예약이 이어지며 이미 110석 예약이 완료됐다. 배달·포장 주문만 가능한 여의도역점은 150마리가 예약됐고, 홍대입구점 역시 60명 규모 단체 예약을 확보했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의 bhc는 직영점 중심으로 조기 영업에 나서고, 교촌치킨과 굽네치킨도 앱 할인과 스탬프 이벤트를 통해 응원 수요 잡기에 돌입했다.

지난 12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경기 당일 BBQ홍대입구 매장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제너시스BBQ).
외식업계도 멕시코 콘셉트 메뉴를 앞세워 월드컵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더본코리아의 백스비어는 풀드포크 타코와 그릴드치즈 퀘사디아, 데킬라 칵테일 등을 선보였고 버거킹은 멕시코 국경 도시를 콘셉트로 한 ‘오리지널스 엘파소 치폴레’를 출시했다.

업계가 이처럼 멕시코전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난 체코전에서 예상 밖의 특수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체코전 당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주문 건수는 전주 같은 시간 대비 51.5% 증가했다. 치킨 주문은 무려 875.8% 급증했고 피자와 족발·보쌈도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오피스 상권 주문량이 크게 늘면서 평일 오전 경기임에도 단체 응원 문화가 소비를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피스 밀집 지역인 광화문(115%), 여의도(71.3%), 을지로(58.5%) 일대의 주문량은 압도적으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월드컵 특수의 중심이 심야 치맥이었다면 이번 대회는 사무실과 구내식당, 오피스 상권으로 무대가 옮겨갔다”며 “시차가 만든 새로운 응원 문화가 소비 지형까지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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