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 10년 만의 새 장편소설 '아코디언' 출간…폐허 속 아이들의 생존기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19일, 오전 08:30

천명관 작가. 키다리 스튜디오 제공 © 뉴스1


장편소설 '고래'로 2023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 문학계를 뜨겁게 달군 작가 천명관이 10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아코디언'을 선보였다.

지난 2016년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이후 오랜 공백을 깨고 나온 이번 신간은 구상부터 집필까지 오랜 시간 공들여 완성한 작품으로, 출간과 동시에 문학계의 압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아코디언'은 한국전쟁의 흙먼지가 채 가시지 않은 195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해방촌 판자촌과 미군 기지촌, 삭막한 정류장 등 거칠고 비루한 삶의 밑바닥으로 내몰린 앵벌이 고아들의 비정한 생존 투쟁기를 그렸다. 소설은 피난길에 엄마를 잃고 '양 목사'가 거느리는 움막으로 떠밀려간 소년 '동이'의 시선을 통해, 전쟁 직후의 아비규환 속에서도 기어이 삶을 이어가는 인간의 생명력과 눈부신 연대를 포착한다.

아코디언 (창비 제공)


작가는 특유의 서사적 힘으로 시대의 폭력에 노출된 약한 존재들의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양 목사의 거짓된 자비와 감시자 '아미'의 무자비한 폭력, 잔혹한 사냥꾼 '육손이'의 위협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를 의심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서로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다. 앞은 못 보지만 맑은 목소리를 가진 '연이', 비상한 판단력의 '거북이', 외팔이 '깜상', 능청스러운 하우스보이 '미키' 등 결핍을 안고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동이의 운명을 흔드는 것은 낡고 붉은 아코디언 한 대다. 무기력하게 엎드려 구걸하던 소년이 아코디언을 메고 연이의 노랫가락에 맞춰 선율을 연주하는 순간, 비루한 구걸은 일순간 갈채 가득한 거리 공연으로 바뀐다. '럭키 서울', '목포의 눈물' 등 당시의 유행가를 통해 전쟁 직후 서울의 공기를 고스란히 복원한 이 소설은, 음악을 통해 자신들이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삶을 연주하는 존재임을 깨닫는 과정을 뭉클하게 담아냈다.

역사책의 굵직한 활자 사이에 기록되지 못한 소외된 이들의 삶을 집요하게 추적한 이번 신작은 구겨진 삶의 주름 속에서 기어코 뭉클한 리듬을 뽑아낸다. 폐허 속에서도 생명은 끝내 제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는 단단한 진실을 전하는 거장의 맹렬한 서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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