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와 우정의 경계 파고든 프랑스 소설…2025 부커상 최종후보작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19일, 오전 09:01

'호피무늬 모자'는 이미 세상을 떠난 파니를 향해 되돌아가는 소설이다. 화자는 친구의 말투와 표정, 여행의 장면, 함께 보낸 시간을 더듬으며 한 사람의 내면을 기록하려 하지만, 그 기록은 이해의 완성보다 닿을 수 없음의 확인에 가깝다.

'호피무늬 모자'는 이미 세상을 떠난 파니를 향해 되돌아가는 소설이다. 화자는 친구의 말투와 표정, 여행의 장면, 함께 보낸 시간을 더듬으며 한 사람의 내면을 기록하려 하지만, 그 기록은 이해의 완성보다 닿을 수 없음의 확인에 가깝다.

파니는 정신질환을 앓으며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간 인물로 놓인다. 무기력 속에 가라앉다가도 어느 순간 '호피무늬 모자'를 쓴 다른 사람처럼 눈부신 생기를 드러내고, 그 급격한 흔들림은 화자에게 두려움과 매혹을 함께 남긴다.

화자와 파니의 관계는 우정과 보호, 사랑이 뒤섞인 채 20년 가까이 이어진다. 화자는 파니가 조금이라도 삶 쪽으로 기울기를 바라며 곁을 지키지만, 상대의 눈빛과 침묵 속에서 무엇이 움직이는지는 끝내 다 알지 못한다.

소설은 이 불가능한 이해를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나아간다. 파니가 죽은 뒤에야 드러나는 생활의 습관과 방의 질서, 책을 읽을수록 더 분열되는 반응 같은 장면은 가까운 사이에서도 타인의 중심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만든다.

안 세르는 주인공의 이름을 지우고 '화자'라는 위치를 전면에 세운다.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과 관찰당하는 사람의 간격을 노출한 채, 누군가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일 자체가 이미 선택과 오해를 품은 서술이라는 점을 밀어 올린다.

이 작품은 한 사건의 전개보다 내면의 파편과 관계의 진동에 오래 머문다. 파니를 둘러싼 균열과 분화구, 산과 풍경을 더듬는 문장은 상실 이후의 애도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디에서 멈출 수밖에 없는지 묻는다.

안 세르는 1960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나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했다. 2008년 발표한 이 작품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여동생을 기리며 쓴 소설로, 그의 작품 중 네 번째 영문 번역본이 2025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 '호피무늬 모자'/ 안 세르 지음/ 송원경 옮김/ 196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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