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0년이 넘은 악기를 연주하고, 김치앤칩스는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예술을 창작하지요. 이번 경험을 통해 앞으로는 장르나 분야의 경계를 넘어 보다 과감한 협업에도 도전해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얻었습니다."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31)가 미디어아트 팀 김치앤칩스와의 첫 파격 협업을 통해 얻은 깨달음에 대해 밝혔다. 김치앤칩스는 시각예술을 전공한 손미미(한국)와 물리학을 공부한 엘리엇 우즈(영국)로 구성된 미디어아트 듀오다.
양인모는 협업 공연을 앞두고 뉴스1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보통 공연은 각자 연습한 뒤 두어 번의 리허설을 거쳐 무대에 오르지만, 이번 공연은 거의 매일이 리허설인 것 같은 과정이었다"며 "서로의 전문 분야를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하나의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무척 즐거웠다"고 말했다.
양인모와 김치앤칩스는 오는 30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양인모×김치앤칩스' 공연을 선보인다. 클래식과 미디어아트가 결합한 이번 공연은 연주자의 존재감을 전면에 내세우는 기존 공연 형식에서 벗어나 음악과 빛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몰입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바흐부터 현대 미니멀리즘까지 소리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스티브 라이히의 '바이올린 페이즈', 국내 초연되는 미국 현대음악 작곡가 줄리아 울프의 '라드'(LAD)가 무대에 오른다.
미디어아트 듀오 김치앤칩스. 엘리엇 우즈(왼쪽)와 손미미.(GS아트센터 제공)
"프로그램 구성에 용기와 도전 정신 필요했다."
이번 협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김치앤칩스는 "지난해 말 GS아트센터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고 잠시 망설였다"며 "촉박한 준비 시간도 부담이었지만, 무엇보다 결이 다른 두 예술의 결합에 대한 부담이 앞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양인모와의 첫 미팅에서 걱정은 말끔히 지워졌다"며 "어디에 종착할지는 미지수였지만, 양인모와 대화를 나누며 분명 신나고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협업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에 대해 양인모는 "시간의 흐름과 상태를 하나의 서사로 읽어낼 수 있는 20세기와 동시대 작품들을 탐구했고, 그 가운데 연속성과 다양성을 모두 아우르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실현하는 데 용기와 도전 정신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김치앤칩스는 "자신만의 예술적 스타일이 있는 작가들의 협업은 새로운 도전인 동시에 리스크이기도 하다"며 "우리는 각자의 것을 내려놓기보다, 각자의 것에 서로의 것을 덧입히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이 끝난 뒤 관객의 기억 속에 양인모와 김치앤칩스가 기억되기보다는 공연의 존재감이 더 남기를 바란다"고 했다.
빛을 주요 매체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김치앤칩스는 "빛은 매우 중요한 시각적 요소이자 산출물"이라며 "이번 공연에서는 시각과 음악의 협업에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지배하지 않도록 고려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비물성의 빛이 무대를 구성하는 벽과 오브제 등의 물성적 덩어리감을 우아하게 연출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양인모©Jino Park(GS아트센터 제공)
"관객이 각자 가슴속에 불꽃 하나씩 품고 가길."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이 무엇을 느끼기를 바라느냐고 묻자, 양인모는 "음악가인 제게 이번 공연은 '나는 지금 무엇을 듣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며 "익숙한 1부–인터미션–2부의 공연 형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몰입된 흐름이 만들어 내는 경험 자체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치앤칩스는 "관객이 특정한 느낌이나 경험을 체험하기를 바라고 작품에 접근하면 결국 작가가 그 벽에 되레 갇히게 된다"며 "1000여 명의 관객이 각자의 가슴속에 두근거리는 불꽃 하나씩 품고 집으로 돌아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답했다.
한편 양인모는 2015년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2022년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세계 무대의 주목을 받았다. 시적 감성이 깃든 음색과 뛰어난 테크닉으로 호평받고 있으며, 유럽과 북미를 무대로 케이(K)-클래식을 대표하는 연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2009년 결성된 김치앤칩스는 2014년 미디어 건축 비엔날레에서 미디어아트 부문 대상, 2017년 프릭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우수상 등을 받았다. 팀 이름에 대해서는 "한국과 영국 문화를 상징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며 "함께 일해보자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가벼운 마음으로 지었다"고 했다.
'양인모x김치앤칩스' 공연 포스터(GS아트센터 제공)
js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