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인간의 상처를 보듬다"…김진열 '아카이브' 순회전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22일, 오후 01:00

'김진열 아카이브: 일어나다, 받들다, 보듬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제공)

화려하게 반짝이는 주류 미술 대신 소외된 이들의 삶과 상처를 투박한 캔버스에 담아온 예술가가 있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원로 작가 김진열의 40년 예술 여정과 치열했던 삶의 흔적을 종합적으로 돌아보는 특별한 아카이브 전시가 열린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강원특별자치도와 강원문화재단의 후원으로 '김진열 아카이브: 일어나다, 받들다, 보듬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두 곳으로 나뉘어 순회 진행된다. 먼저 7월 1일부터 4일까지 원주 치악예술관에서 관객을 만나며, 이어 7월 13일부터 8월 14일까지 서울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겨 열기를 이어간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그림 감상을 넘어 작가의 인생 전체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전시장에는 그의 대표 회화와 조각 작품뿐만 아니라, 빛바랜 사진과 작가 노트, 개인적인 문서와 인터뷰 영상, 그리고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다채로운 기록물이 가득 채워진다.

김진열, 〈낡은 의자〉, 2012, 합지, 금속판에 아크릴 칼라와 혼합재료, 113×89cm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제공)

강릉 옥계 출신인 김진열은 유년 시절 바라본 바다와 습지의 풍경 속에서 생명의 순환을 배웠다. 이후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상지영서대학교 교수와 총장을 지내며 후학을 길렀고, 제2회 박수근미술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 미술계의 굵직한 발자국을 남겼다.

그는 1980년대 초부터 세련된 모더니즘 미술을 거부하고, 화면을 찢고 덧붙이는 거친 방식으로 시대의 아픔을 고발했다. 특히 1986년 원주로 이주한 뒤에는 지학순 주교, 장일순 선생 등과 교류하며 민주화운동과 생명사상을 작품의 뼈대로 삼았다. 그의 그림 속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지친 노동자들의 모습은 곧 우리 시대의 초상이자 인간 존엄에 대한 질문이다.

전시 첫날인 7월 1일 원주 치악예술관에서는 풍성한 개막 행사가 마련된다. 오후 3시 작가와 박영택 미술평론가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되며, 오후 5시부터 공식 개막식이 열린다.

김진열 작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제공)

김달진 박물관장은 "이번 자리가 민중이나 지역성이라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 작가가 살아온 시간과 공간, 만났던 사람과 물질이 어떻게 생태적으로 얽혀 있는지 확인하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발 디딘 땅의 눈물과 노동을 위로해 온 김진열의 작업은 참된 예술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속도와 효율만을 따지는 차가운 현대 사회에서, 소외된 것들을 따뜻하게 품어 안은 그의 거친 손자국은 시대를 초월한 묵직한 울림을 선물한다.

acenes@news1.kr

추천 뉴스